'리디아(케이트 블란쳇)'는 지배하는 전체성이다. '자아'와 '정체성'을 그곳을 향해 내려놓기를 명령하는. '마에스트라'가 아닌 '마에스트로'로서 그녀는, 존재론적 남성성의 강력한 주체다. 시간을 시작하게 하며, 소리를 주무르는. 그녀의 통제는 오직 '아름다움을 향한' 정주일 때, 무엇보다 최고조에 이르며, 완벽한 음악에 다가선다. 존재자들이 응답할 수밖에 없는, 어떤 절대. 무한한 타자와 함께 지배할 때, 그녀는 권력의 정점에 신성처럼 위치한다.
2.
음악적 초월에 가까이 다가간 어떤 남성성. 그러나 축제의 시간과 달리, 그녀의 일상성은 철저히 자신으로 회귀할 뿐이다. 오디세우스처럼 스스로의 돛대에 묶여, 뛰어들지 못한 주체. 타자성을 배설물을 대하듯 하는 위생관념은 '철저한 손 씻기'에서 '사랑했던 존재자를 향한 악의적 배제'와 같은 지점으로 드러난다. 전혀 다른 이질성을 감내하지 못하는, 단단한 모나드.
3.
그녀의 불능은 텅 빈 중심을 어루만지지 못하는 것과 연결된다. 오직 '타인 자'의 것으로 환원되고, 회피될 뿐인 절대적 타자성. '앞집 여인의 죽음'은 단지 검은 비닐에 싸인 채 자기 앞으로 지나갈 뿐이다. 아름다움의 본질인 '부정성'을 결여한 리디아. 자신의 죽음을 회피하던 이에게, 어쩌면 진짜 죽음은 너무 빨리 닥쳐온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