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 TAR」 토드 필드 감독, 케이트 블란쳇 주연, 2023 (2)
"넌 네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 같아"
1.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전체성'은 보지 못한다. 시간을 지배하던 당당함은 온데간데없는, 전적인 낯섦. 그녀를 교란시키는 밤의 소리는 도무지 '해석'되지 않는다. 느닷없는 타자성을 품지 못하는, 모나드의 단단함. "당신은 나 없이 시작할 수 없어"로 표현된 힘은, 이제 전적인 불능으로 감각될 뿐이다.
명증될 수 없고, 정주할 수 없는 시간. 안절부절못하는 존재론적 남성성은, 순식간에 불가해한 여성성의 시간으로 변용된다. 오직 '할 수 있을 수 없음'에 포박당한 채, 침범되는. 볼 수 없음을 보지 못하는, 자신을 향한 나르시시즘의 끝.
2.
점점 더 기괴한 목소리로 다가서는 전적인 부정성. 결코 순응하지 않는 '음'은 '육식을 하는 올가'와 같이 그녀가 통제할 수 없는 타자다. 깊은 밤의 웅성거림이자, 끔찍한 비명소리이기도 한. 먼저 물러나 있던 비존재적인 것은 이제 일상으로 번지며, 그녀를 잠식해 나간다. 주체의 시간의 완벽한 종말. 무엇보다 중요한 현재이자, 침탈된 전체성은 잔인하게 찢긴다.
3.
영화 후반, '올가'를 쫓던 리디아의 장면에서 균열은 더욱 고조된다. 그녀의 위생관념으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슬럼지역. 그러나 격정적인 에로스는 상대가 지나간 곳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뛰어들게 한다. 곰팡이가 번져있는 어두운 장소를 두리번거리며, 올가를 부르는 목소리. 통제되지 않는 위험이 도사린 곳의 이상한 소음은, 그녀의 목소리를 잦아들게 만든다. 도저히 찾을 길 없는 달아나버린 사랑.
갑자기 어떤 짐승의 섬뜩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기괴한 음. 그녀의 아니무스는 철저히 무력해진다. 불가해한 음악과 함께 도착한, 결코 지휘할 수 없는 시간. 심연까지 이르지 못한 에로스는, '죽음'의 절대적 타자성 앞에 고꾸라질 뿐이다. 어쩔 줄 모른 채 도망치는 성급한 이웃사랑. 리디아는 계단에서 헛디디며, 참혹한 상처를 입는다. 찟겨진 나르시스의 얼굴. 그녀의 교란된 남성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