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타자의 얼굴, 그 전적인 와해

「타르 TAR」 토드 필드 감독, 케이트 블란쳇 주연, 2023 (3)

by 김요섭



"요즘은 혐의를 받는 즉시 유죄가 되어버리지"


1.

리디아는 끝나버린 관계 이후를 지배하려 한다. 음악적 절대의 순간만 지휘할 수 있음을 잊어버린 전체성. 자신을 사랑했던 젊은 지휘자를 향한 집요한 장악은, 유수의 오케스트라에게 이메일로 송부된다. '집착', '부적절한 행동' 등 여러 '결격사유'는 부정적 수사로 점철되어 있다. 헤어진 존재의 생존마저 손에 쥐려는 은밀한 권력의 작동. 그러나 금단의 열매를 삼키고 만 자에게, 독은 서서히 퍼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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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를 열어달라, 끝없이 애원하는 타자의 얼굴.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의 의견은, 어떤 연주자를 퇴출시키기에 너무도 충분할 뿐이다. '살해하지 말라'는 사마리아인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외면하는 닫힌 전체성. 그러나 극단적 선택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밖에 없는, 한 예술가의 서늘한 결단은, 그들을 파국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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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죽음 말고는 리디아에게서 벗어날 길이 없음을 목격한 조수 '프란체스카'. 그녀의 고발은, 부당하게 연장된 전체성을 균열 낸다. 시간은 오직 지배할 수 없음 안에서, 지배하는 순간임도. 오만한 주체는 영원한 '현재'를 맹신한다. 정복했다고 믿었던 것에 의해, 철저히 배신당하는 타르.


위생관리적 주체는 온갖 오물을 뒤집어쓴다. 언론, SNS 등으로 파급되는 그녀의 일탈. 죽음은 타인 자의 것이라 치부해 버렸던 존재에게 감당할 수 없는 시간은 이미 도착했다. 영웅의 처참한 몰락을 구경하고자 하는 낮은 자들의 야비한 구심력. 이상한 추문은 중력의 악령과 함께 과장되며 확산될 뿐이다. 전적으로 와해되고 만, 어떤 부조리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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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정성을 회피한 존재론적 단수에게 들이닥친 재앙. 아름다운 무한자는 느닷없이 도래했으며, 파국은 이미 정해졌다. 그토록 회피하고 싶었던 전적인 부정성은, 암흑보다 검은 해일로 그녀를 덮친다. 완연히 파열되는, 주변의 모든 관계. 사랑이었고,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동료이기도 했던. 제1 바이올린 연주자 '샤론'은 이렇게 말한다.


"너와 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은, 저 방 너머 단 한 명(입양한 어린 딸)뿐이야"


그곳을 향한 아름다움을 완전히 상실한 주체. 잔인한 빛에 노출된, 덮개 없는 존재는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다. 모호하며 다 이해될 수 없음으로 생성되었던, 어떤 권위. 예술가에게 호모 사케르적 몰락은, 너무도 참혹할 뿐이다.

그러나 또 다른 멕베스의 추락은, 전적으로 다른 시간을 열기도 한다. 현재로 환원되는 시간을 벗어난 존재. 결코 지배당하지 않는 어떤 시간은, '죽음' 안에서 동등해지는 순간이기도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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