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빛 아래 귀속 없음, 비밀의 취향
「비밀의 취향」 자크 데리다, 마우리치오 페라리스 대담 읽기(23)
1.
타자를 위한 자리비움은 '비밀'과 만난다. '절대적' 장소를 향해 감내하는 고통스러운 무위. '무조건적'인 '유보'는 전적인 증여이자, '경험의 특권'이다. 어떤 울타리도 공유하지 않으며, 공유될 수 없음을 공유할 뿐인. 무엇과도 같지 않음은, 오직 '비밀 안에서' 지속한다. 결코 해명될 수 없는 신비. '불가능'을 그것인 채로 납득하는 일은, 그럼에도 기다리는 '소명' 안에서 가능할 뿐이다.
2.
'비밀'의 특권적 장소는 '죽음'과 관계한다. 텅 빈 곳의 장소 없음 안에 머무르는. 어떤 '공통점'도 찾을 수 없는 차가움은 '전적으로 다름'을 열어젖힌다. 모든 타자성에 대한 '합의'는, 결코 '공유될 수 없는' 것이기에. '독특함'을 독특한 채로 용인하는 것은, 역설적 공동성을 구축한다. '같지 않음'으로 같음을 생성하는, 불일치 속의 일치. '비밀의 취향'은 비로소 '귀속되지 않음'이며, 인식 아래 발가벗겨지지 않을 권리가 된다.
(108~111p) 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