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Everything)은 원 안에 있다. 영화의 시작, 원형 거울에 비친 함께 노래하는 얼굴. 재현될 수 없는, 가족의 행복한 순간은 텅 빈 이미지로 남았다. 궁극적 지점을 가리키며, 동시에 부재하는 것을 지시하는 원의 형태. 그러나 '할 수 있음'의 주체, '에블린(양자경)'은 '계산할 수 없음'을 도저히 감각하지 못한다.
"그 모든 거절과 그 모든 실망이,
당신을 이곳으로 이끌었어.
이 순간으로..."
세탁소를 운영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기만 한 그녀. 영원히 멀어지는 것을 향한 시선의 부재는, 타자의 고통을 감각하지 못한다. 이혼 서류를 내밀기 직전인 '웨이먼드(남편)', 단 한 번도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받지 못했다 느끼는 '조이(딸)'. 그녀의 '계산될 수 있음'은 '계산될 수 없음'의 아토피아(Atopia)에 결코 들어갈 수 없음에도.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느끼며, 자신의 일에 충실할 뿐이다.
2.
에블린은 시스템 안에서 너무도 확실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영수증(국세청에 신고할)을 정리하며. 고객의 갑작스러운 불편사항을 해결하다가, 웨이먼드의 느린 일처리를 지적하기도 하고. '조이'와 레즈비언인 여자친구의 방문에 매정하게 응대하는. 그녀의 바쁨은, 언뜻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음'으로 점철되어 있으나, 결코 어떤 타자에게도 가닿지 못한다. 원형 유리 안에서 쉴 새 없이 드럼통 사이를 넘나드는 빨래처럼,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상태일 뿐인.
3.
그러나 가장 확실하게 계산되었다 생각한 순간에도. 여전히 어떤 불가능은 그곳에 이미 도착해 있다. '디어드리(국세청 직원)'가 탈세의 증거라며 들이민 영수증. '검은 동그라미'로 강조된 내역에는 노래방 기계를 구입한 금액이 적혀있는 것이다. 디어드리는 국세청에서 우수 감사관으로 받은 상패를 보여주며, 자신은 '영수증 숫자만으로도 당신들의 모든 이야기가 보인다'라고 겁박한다. 어떤 장난도 나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하며, 이런 식이면 세탁소는 압류될 것이라 단언한다.
4.
숫자로만 남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행복했던 기억. 이미 형해화된 장소이자, 다시 들어갈 수 없는 곳은, 부재한 채로 남았다. 역설적이게도 '무엇보다 계산적인 장소'에서 발견되는, 절대 '계산할 수 없음'. 모든 짐을 홀로 감당한다고 느끼는, 에블린은 균열되기 시작한다.
좀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남편 아닌 남편(알파 웨이먼드, 멀티 유니버스의 다양체). 그녀가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의 메시지가 떠오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 있다는 기이한 '고지'. 번아웃 되어버린 '할 수 있음'은, 오직 '할 수 있을 수 없음'과 만나며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가 준 쪽지에 적힌 대로, 슬며시 신발을 거꾸로 신기 시작하는 에블린. 합리적 주체로는 결코 납득될 수 없는 곳을 향해, 작은 열림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