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유니버스의 복수적 단수, 그 아찔한 열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 읽기 (2)

by 김요섭



1.

자신도 모르는 누군가가, 다중 우주 속에 살고 있다는 전제. 멀티 유니버스라는 소재는 다만 지금 이곳밖에 알지 못하는, 단일한 주체에 대한 도전이다. 표면적 의식만이 진짜라고 여기는 관념에 대한 맹랑한 반란. 낯선 계시는 에블린처럼 '복수적 단수'로 살지 못하는, 당신을 향한 구조의 신호가 아닐까. 계산하는 것에 너무 철저한 우리에게, '계산될 수 없음'의 세계를 향한 해체의 시도. 이는 내면의 또 다른 타아를 향한, 전적인 환대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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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삶이 있다면 당신과 함께

세탁소도 하고, 세금도 내면서 살고 싶어"




2.

'알파 웨이먼드'의 갑작스러운 등장. 그녀의 단조로운 일상에 새로운 남편이 등장한다. 바깥에서 온 이상한 신호와 함께,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존재. 그의 느닷없는 방문에 에블린의 일상은 균열 나기 시작한다. 평생 이루어 온 경제적 토대의 전부를 상실할 수도 있는, 그 '한가운데(국세청)'에서 시작된 완연한 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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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알파 웨이먼드의 기이한 행동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멀티버스의 열림으로 그와 함께 시공간을 넘어온, 빌런 '알파들'의 등장과 공격. 이에 맞서기 위해, 획득하는 새로운 기술은 머나먼 우주로부터 단번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시공간에 균열이 필수적인데, 그의 괴상한 행동(립스틱을 삼키거나, 종이로 손가락을 다섯 번 칼질하는 등)이 요청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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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녀를 지키기 위해 빌런들과 싸우다 부상당하고 만 알파 웨이먼드. 결국 에블린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무한한 우주로부터 도착한 새로운 메시지.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 '알파 디어드리(국세청 직원)'를 향해 사랑을 고백하라는 것.


도무지 어이없는 요구는 방금 전까지 가족의 생존을 파괴하겠다고 선언한 존재를 향한, 불가능한 요청이다.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이를, 사랑할 것을 요구받는 에블린. 그녀의 몇 번의 형식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죽을 뻔한 고비를 잠시 넘긴 뒤. 치명적 발차기가 얼굴 바로 앞에까지 이르러서야, 에블린은 진심이 담긴 고백을 성공하게 된다.



알파 디어드리를 단숨에 제압하며, 쿵푸 마스터가 된 또 다른 에블린. 불가능에 다가간 그녀로 인해, 비로소 멀티버스로의 새로운 열림은 시작된다. 에블린 자신의 전존재이자, 모든 분할이기도 한 다중우주. 그 여정의 시작이 사랑이었기에, 마지막 또한 사랑일 수밖에 없음을 지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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