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을 넘어선 직관, 어떤 '중용'

「타르 TAR」 토드 필드 감독, 케이트 블란쳇 주연, 2023 (6)

by 김요섭




"시간은 해석의 필수적인 지점이지"


1.

말러 음악의 중심에 있는 5번 교향곡. 특히 아다지에토는 해석의 여지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무엇보다 열정적 사랑의 순간부터 장송곡까지 넘나드는. 에로스의 시차는 울타리를 공유하지 않는 관계를 관통한다. 8분과 11분 사이, 양극단을 넘어선 직관. 절대에 다다르는 지휘자의 시간은, 동일한 악보가 전혀 다른 가능성으로 열리게 만든다.


오직 사랑으로 환대하기 위해, 당신을 해체하는. 존재자의 선이해가 진정한 이해의 지평에 다가서지 못하게 하는 일을 막는. 기이한 연장 혹은 잔인한 파괴이기도 한, 어떤 전체성은 초월과 맞닿아 있다.


https://youtu.be/oZQ0e3vEhGE


2.

리디아가 마지막까지 녹음을 미룬, 말러 5번 교향곡. 불확실성과 모호함의 끝단에 있는. 장소 없음을 향해, 건너려는 일은 주체를 교란시킨다. 그녀의 평정심을 뒤흔든 첼리스트 '올가'. 단상으로부터 5번째 자리에 앉은 상징적 지점도, 통제 바깥에 있음을 보여준다. 지배하려는 권력과 도무지 지배할 수 없음 사이, 낯선 긴장.



숫자 '5'는 작곡가의 작품 한가운데 있다. 낯선 '운명(베토벤)'이기도 한, 이상한 중간값. 말러에게는 '알마'와의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며, 동시에 죽음의 시간을 지시하는 서늘한 유한성 어딘가. 어떤 '중용'의 지점은 관계의 잔인한 해체이자 환대이다. 도저히 파악되지 않으며, 완성의 순간 사라지고 마는. 존재의 시작과 끝인, 지배의 다중적 상태는 결코 중간값이 아니다. 주체와 타자, 존재와 시간, 유한과 무한의 기괴한 겹침이기도 한. 밤이자 낮인 결코 정복될 수 없는 시간은, 불확실함 그 자체와 관계할 뿐이다.


3.

이 순간을 소유하고 싶은 리디아의 욕망은 사라진 악보로 상징된다. 그녀의 서재에 어느 순간, 텅 비어버린 말러 5번의 위치. 어떤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책은 도저히 찾을 길이 없다. 어디에도 없는, 완벽한 그곳을 향한 모든 어루만짐의 흔적.


영화 초반 인터뷰에서 그녀는 "말러 5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결혼생활의 복잡성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했고. 반대로 줄리어드 씬에서는 "음악적 절대를 향해, 자아와 정체성 모두를 내려놓아야 한다"라고 했던 것의 기이한 중첩점 같은. 어떤 '중용'이자 '5'라는 지점은 결코 정주될 수 없는 순간이다. 존재자의 유한성과 절대자의 무한성 사이를 의미하기도 하는. 전적인 다름이 맞닿은 시간과 소리는, 오직 소유함 없이 소유될 뿐이다. 멀어지는 것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던, 그녀의 '중용' 없음.



4.

음악적 절대를 향한 지배가 아닌. 주체의 애정행각으로 환원된 지배는 결코 납득되지 못한다. '올가'를 솔리스트로 만들기 위한 곡선정과 오디션, 부지휘자의 갑작스러운 퇴출 지시. 기존 관행을 깨뜨린 일이 어떤 혁신으로 납득되지 못함은, 그녀가 중첩점으로 가는 일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음악을 향한 확실성도 아니며, 존재자를 향한 사랑의 모호함도 아닌. 어떤 복잡성도 결여한. 단지 지금의 나를 위한 지배는, 존재의 수직과 수평 어디서도 균형점을 찾을 길이 없다. 결코 민주적이지 않았던 장소를, 철저히 낮은 상대주의로 변질되게 만든 시간.


'5번'이라는 불확실성은 마지막 태국 씬에서도 반복된다. 유리창 너머 마사지사를 고르라는 요청에 고개를 돌리자, 유일하게 그녀를 쳐다보는 5번째 여자. 리디아는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뛰어나가 구토한다. 도저히 소유될 수 없는 존재를 소유하려 했던, 지난 시간의 흔적. 음악과 소리, 존재자는 오직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 뿐임을. 영원히 멀어지는 이를 사랑하지 못했던, 결코 소화될 수 없는 어떤 시간.


https://youtu.be/75YmlDR92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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