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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당신을 향한 불가능한 믿음, 그라마톨로지

「비밀의 취향」 자크 데리다, 마우리치오 페라리스 대담 읽기(32)

by 김요섭



1.

허구가 아닌 구체적 수행성 속의 의지. 부조리한 상황에도 응답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주체는 단 하나의 서명을 한다. 사실 확인에 그칠 수 없는, 어떤 '참여'(s'engager). 감당할 수 없는 '판돈'을 거는 욕망은 결코 해명되지 않는다. 에토스적 주체로 환원될 수 없는 기이한 책임. 도저히 감출 수 없는 환상은 '증언, 유언'의 형식으로 다가선다.


2.

'스스로를 해체하며 보여지는(ce qui arrive)'. 느닷없음은 전통 한가운데 도착하며, 모두를 동요시킨다. '탈구'되며, 분리되는 낯선 책임. 더 이상 '철학 기계'는 쓰여질 수 없으며, '순수이성비판' 역시 끝나버렸다.(plus de livres) 스스로 와해되고 있는 '어떤 세계의 이미지'. 그러나 가능하지 않은 '존재와 시간'에도, 공동체를 향한 참여마저 끝난 것은 아니기에. 완성의 순간 사라졌을 뿐인 텍스트는 새롭게 재발명된다. 오직 당신을 향한 불가능한 믿음, '그라마톨로지'. 제한 없이 확장되는 침투로 인해 비로소 언어는 '에크리튀르'가 된다.


(155~162p) 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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