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쓰는 글쓰기와 삶

파리 리뷰 읽기, 작가란 무엇인가, 9월 4일 단상

by 김요섭


바깥에서 번진 불


피로 쓴 글에는 그을림이 있다. 내면에서 발화된 열정은 그의 것만이 아니다. 그가 무언가를 쓸 때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느끼는 불은 저 멀리 별에서 온 것이다.

그의 무의식은 춤추는 별의 사랑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뜨거운 줄도 모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아름다움을 향해 몸을 던진다. 가연성 물질처럼 순식간에 타버린 그것은 검은 자국을 남긴다. 흰 여백에 재처럼 남은 문장들은 사랑의 흔적이다.



'불꽃놀이는 예술의 가장 완전한 형태다. 완성의 순간에 보는 이의 눈앞에서 사라져 가기 때문이다.' -아도르노

불꽃놀이를 끝낸 그는 다시 고독해졌다. 사라져 버린 사랑을 찾기 위해 재를 들추어 보지만 그을음의 흔적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초조한 눈으로 흰 공간을 주시한다. 이미 타버린 것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연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혼돈과 막막함을 참아내는 일은 그의 몫이다.



아모르 파티


그는 너덜너덜해졌고 다시 무엇인가 시작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지만, 그을렸던 순간을 떠올릴 때면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뀐다.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순간, 완전한 합일의 경험은 순간이지만 영원토록 기억된다.


그가 절망하지 않고 재를 들추어내면서 다시 한번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빛나는 주홍빛과 황금빛 깃털을 가진 피닉스가 음악과 같은 울음을 속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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