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요섭 Feb 13. 2024

아무것도 쓰지 않는 무엇보다 능동적인 제작지성

「도래하는 공동체」 조르조 아감벤 읽기(11)



1.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바틀비는 불능을 구출한다. '~이지 않은 능력'을 그것인 채로 환대하는. 포획되지 않는 사유는 결코 대상보다 열등한 것으로 전락하지 않는다. '순수한 잠재성'으로 사유될 수 없는. '타불라 라사(tabula rasa)'는 아무것도 쓰이지 않는 서판이다. 


2.

  오직 불능의 사유 덕분에, 사유할 수 있는. 순수한 잠재성은 비로소 '자신의 정점'에 이른다. '사유의 사유'로서 수동성 그 자체. 이상한 경첩은 능동과 수동을 중첩시키며 '서판'을 완성한다. 행위에 있지 않은 완전한 쓰기. 자신에게 되돌아가는 시원적 장소는 어떤 '불능'에 다다른다. 자기 잠재성 외에 '아무것도 쓰지 않는'. 중단 없는 중단은 수동적이나 무엇보다 능동적 '제작지성'이다. 


(58~59p) 바틀비


매거진의 이전글 연주하지 않음으로 연주하는 이상한 잠재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