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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Sep 15. 2023

사랑한 이후에야 알게 되는 맹목

「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 모리스 메를로 퐁티 읽기(6)



1.

  '무언의 세계'는 맹목적이다. 내면에 공식화되어있지 않은 해독능력에 호소하는. 어떤 믿음은 작품을 사랑한 이후에야 알게 된다. '말하고' 있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에서 표현되는. 이차적 언어는 경험적 언어 안에 숨겨져 있다. 색과 얼룩, 선에 불과한 것이 캔버스 전체에 걸친 효과를 만드는. 단 하나의 붓놀림은 '장엄하며 팽창된 시간' 속에 머문다. 


2.

  가능성을 열게 하는 슬로모션. 지연된 시차와 기다림은 낯선 망각을 부른다. '인간의 시야'와 시간 사이의 캔버스. 열려있는 빈틈으로 기입되는 붓은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선을 그린다. '무한한 사건'을 함축하는. 오직 존재하지 않는 그림을 제작할 때만 부과되는 조건. '표현적 파롤'과 '언어화되는 모든 언어' 역시 쓰는 중에만 의도의 주변을 더듬는다. 


(31~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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