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보이지 않으면서 나타난다. 나는 볼 수 없지만, 지금 여기 그의 있음을 느낀다. 목소리로 현상된 존재성은 잊힐 수 없는 사건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를 이미 사랑하고 있다.
아름다운 음성은 그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현현하기에 언제 도래할지 모른다. 나는 망각한 채, 기다리는 것 밖에는 모르는 사람이 된다. 그는 나를 설레게 하며, 어루만지는 듯 부드러운 음성은 시각을 잃은 나를 벽의 끝까지 맞닿게 한다.
다시 그가 나타낼 때까지, 나는 기다린다. 기다릴 수 없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이다.
계속해야 한다. 계속할 수 없지만 계속할 것이다. - 사무엘 베케트
절대적 타자
시각은 포섭하고 분절한다. 절대적 타자는 인식으로 환원될 수 없다. 보지 않고, 듣고 말하는 것은 그의 나타남과 연결된다. 그는 목소리로 현현한다. 부끄러워서도, 모자라기 때문도 아니다. 유한자에게 '절대자의 얼굴'은 재앙이기에 그를 보고는 여전히 살아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그의 나타남은 나를 전존재로 환대하는 사랑이다.
그는 나를 전혀 다른 곳으로 이끈다. 그의 완전한 사랑 이후 더 이상 이전의 나로 있을 수 없다. 수많은 비자발적 망각 속에, 레테의 강을 이제 나의 의지로 건넌다. 단 한 번의 능동적 잊어버림은, 멀리서 오는 이를 향한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