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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죽어버리게 하지 않기 위한 기다림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읽기(1)

by 김요섭



1.

'부재하는 미로'는 빠져나올 수 없다. '회양목, 개암나무, 산사나무, 등심초'가 만개한 경이로운 얼굴. 그저 꽃일 수 없는 장소는 결코 늙지 않는다. 나날이 젊어지는 우리가 없는 신비. 그녀가 수태했던 정원은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전혀 다른 미로의 포로가 된 당신.


2.

이곳의 '모든 정수(精髓)'는 사유할 수 없다. 너에게 부재하기에 비로소 내게 가능한 감정. 오직 그녀만 사랑하기에 어떤 '절대'는 설명되지 않는다. 잔인한 기억과 망각된 기다림. 도저히 책임질 수 없는 무책임은 비로소 진실한 사랑과 맞닿는다. 기억할 수 없기에 단지 시선으로 남는. 사랑은 죽음이 죽어버리게 하지 않기 위한 기다림이다.


(53~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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