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소하나 은밀한,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읽기(2)

by 김요섭



1.

'야릇한 실체'는 신비한 밀물이다. 날마다 찾아오나 계속해서 다를 뿐인. 칠흑 같은 어둠은 끝없는 장소로 당신을 초대한다. 구분 없이 겹쳐지고, 낮이 끝나자 다시 시작하는. '기보'되지 않는 시간성은 오직 그녀를 향해 있다. 자신만 아는 기억, 바쳐지는 추억들. 무엇보다 사소하나 은밀한 것은 눈물을 글썽인 채로 기록될 뿐이다.


2.

'인광(燐光), 반짝임, 자연스레 변형되는 불안정한 형태'. 매혹적 이미지는 끊임없이 당신을 놀라게 한다. 결코 살아 돌아올 수 없는 단말마의 비명. '명상하듯 느리게' 흐르는 시간은 '대각선의 빛' 사이에 머문다. 평정심 안에 머물게 하는 기이한 감정들. 길은 끊임없이 사라지며 '종종걸음' 친다. 더 이상 돌볼 사람이 없는,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


(66~81p)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죽음이 죽어버리게 하지 않기 위한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