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미셸 드 몽테뉴 읽기(1)
1.
"고통 때문에 굳어버려." -오비디우스
"그리고 마침내 간신히 고통이 목소리에 길을 터주었다." -베르길리우스
비명소리도 낼 수 없는 아픔. 언어화될 수 없는 고통은 우리를 얼어붙게 만든다. 절대적 타자와의 우발적 조우. 목소리의 현상은 사후적으로 당신을 묘사할 뿐이다. 오직 말할 수 없음 안에서만 말하는. 불가능한 재현은 언어화될 수 없는 파편 조각을 들춘다.
2.
"작은 슬픔들은 말하고 큰 슬픔은 침묵한다." -세네카
"그녀는 실신했다. 그러고 나서 한참 후에야 말문이 트였다." -베르길리우스
당신에게 전해지지 않은 파라텍스트. 오직 수행동사로만 가능한 언어는 깊은 어둠 안에 침잠해 있다. 경악, 실신, 작은 죽음의 흔적들. 그녀의 말문은 혀끝에서만 맴돌며, 결코 그곳을 말하지 못한다. 다만 웅얼거리며 불확실한 소리를 단속적으로 낼뿐.
(45~4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