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요섭 Apr 13.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혹당하는 일

「에세」 미셸 드 몽테뉴 읽기(2)



1.

"자기를 아는 사람은 자신과 무관한 일을 자기 일로 삼지 않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가꾼다."

  자신의 과업이 무엇인지 아는 일. 그것을 지속할 때의 기쁨과 지난한 고통의 그림자를 아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에 매혹당하는 일. 오직 존재자에게 가능한 선택은 그것뿐임을 아는 일. 비로소 그는 진정 자신과 관계하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2.

"자기 뿌리를 온전히 드러내며 삶 밖으로 자기를 내던지기는 어렵다. 죽음이 쓰러뜨린 육체에서 인간은 완전히 벗어나 해방되지 못한다." -루크레티우스

  작은 죽음, 초월의 경험은 그를 구원하지 않는다. 다만 아름다움의 구원의 순간. 우리는 죽음의 바깥, 그 언저리 어딘가 머물 수 있을 뿐이다. 뿌리를 온전히 내던질 수 없는 역설. 오직 뿌리가 없는 존재만 가능한 일은 유한자에게 불가능한 사건이자 유일무이한 가능성으로 머문다.


(53~55p)


매거진의 이전글 경악, 실신, 작은 죽음의 흔적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