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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Mar 09. 2024

더듬거리며 전적인 수동성으로 응답할 수밖에 없는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 읽기(1)



1.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 사랑은 담을 수 없는 것. 자기 그릇만큼 담긴 것은 사랑일 수 없다. 이미 바깥을 상실한, 지구에 도착해 버린 별똥별.


2.

소박하게 더듬거리는 말로

인간의 가슴은 듣고 있지

허무에 대해

세계를 새롭게 하는

힘인 '허무'

- 텅 빈 실재. 허무는 당신을 완연히 균열시킨다. 더듬거리며 전적인 수동성으로 응답할 수밖에 없는. 비로소 낯선 아이는 새빨간 핏덩이 사이를 헤집는다. 벌어진 틈으로 나온, 새하얀 손.


(9~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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