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 읽기(1)
1.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 사랑은 담을 수 없는 것. 자기 그릇만큼 담긴 것은 사랑일 수 없다. 이미 바깥을 상실한, 지구에 도착해 버린 별똥별.
2.
소박하게 더듬거리는 말로
인간의 가슴은 듣고 있지
허무에 대해
세계를 새롭게 하는
힘인 '허무'
- 텅 빈 실재. 허무는 당신을 완연히 균열시킨다. 더듬거리며 전적인 수동성으로 응답할 수밖에 없는. 비로소 낯선 아이는 새빨간 핏덩이 사이를 헤집는다. 벌어진 틈으로 나온, 새하얀 손.
(9~1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