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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May 29. 2024

무한한 실체에 다가가는 불가능한 움직임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읽기(15)



아무것도 아무것으로 남지 않는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햇빛과 공기에 우리는 조금 늦을 뿐이다

축축한 흙의, 우리를 짓누르는

숨 막히는 암흑으로부터,

자식을 낳는 지연된 시체들


  조금 늦거나 조금 빠를 뿐인. 영원회귀는 모든 의미로부터 당신을 결락시킨다. 아무것도 아님 안에서만 오직 무엇일 수 있는. 햇빛, 공기, 물, 흙의 흔적을 지닌 존재는 다시 몸이 되고자 한다. 자식성의 이름으로 오래된 기억을 재생하는. 지연된 시체는 희미한 빛과 함께 비로소 어린아이가 된다. 무한한 실체에 다가가는 유한자의 불가능한 움직임.


(176~1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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