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읽기(15)
아무것도 아무것으로 남지 않는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햇빛과 공기에 우리는 조금 늦을 뿐이다
축축한 흙의, 우리를 짓누르는
숨 막히는 암흑으로부터,
자식을 낳는 지연된 시체들
조금 늦거나 조금 빠를 뿐인. 영원회귀는 모든 의미로부터 당신을 결락시킨다. 아무것도 아님 안에서만 오직 무엇일 수 있는. 햇빛, 공기, 물, 흙의 흔적을 지닌 존재는 다시 몸이 되고자 한다. 자식성의 이름으로 오래된 기억을 재생하는. 지연된 시체는 희미한 빛과 함께 비로소 어린아이가 된다. 무한한 실체에 다가가는 유한자의 불가능한 움직임.
(176~17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