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아름다움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철학적으로 풀어나가면서도, 영화 내용을 기반으로 설명하니 이해가 쉬웠다. 사실, 아름다움에 대해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저자가 전달하려는 아름다움에 대한 속성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었다.
1. 아름다움은 순간이다.
"불꽃놀이는 예술의 완전한 형태다. 완성의 순간 사라져 가기 때문이다."_아도르노
2. 아름다움은 멀어지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아름답다고 소유하려고 하는 이로부터 멀어져야만 하거든요. 꼭 그 사람이 싫어서 도망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에게 유일한 존재로 다시 사랑받고 싶어서라고 말하면 어떻겠어요?" (p12)
3. 아름다움은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오히려 다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거든요." (p21)
"아름다움도 마찬가지입니다. 낱낱이 이해되고 파악되는 순간,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맙니다. 네루다의 표현처럼 단지 '진부해질 뿐'입니다. 오직 다 해석되지 못한 여분이 있는 채로 유지될 때만 미학적입니다."(p25)
4. 아름다움은 낯선 것에서 생성된다.
"이미 이해되어 버린 내 속의 언어는 결코 새로울 수 없고, 낯섦을 생성할 수도 없죠. 바깥에서 도착한 영감과 섞갈리는 일 말고는 아름다움의 생성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p76)
이와 같이 책은 '아름다움'에 대해서 깊이 사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리해 보자면, 아름다움이란 완성되는 순간, 완벽하게 이해해 버리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고, 멀어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떠나버린 아름다움은 또다시 낯선 것으로부터 우리를 찾아온다. 단, 아름다움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아름다움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부정성과 차연, 균열등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은 언제나 완전함을 갈망하며 살아간다. 완전한 사랑, 완전한 신, 완전한 아름다움, 완전한 정의. 사람은 완전해질 수 없지만, 언제나 완전을 향해가는 것은 어쩌면, 진리의 속한 일일지 모른다. 끝으로, 플로티노스의 엔네아데스 선집에 보면, 아름다움은 가장 선한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진정한 정의는 곧 아름다움의 구원이자, 사랑 그 자체이며, 신성의 도래이기도 한 것입니다." (p86)
'갓훔친 서재'님의 리뷰는 간결하며 핵심 내용이 잘 요약된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의 이해는 고민해봐야 할 점이 있는데요. 책에도 소개되었듯, 명증적 인식으로 환원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죠. 어쩌면 깔끔하게 요약한 듯 느껴지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의 감추인 세부는 결코 인용될 수 없습니다.
요약될 수 없는 요약, 무언가 빠져있는 미학적 지점은 단지 뉘앙스로 전달될 뿐입니다. 간결하고 명쾌한 직선성에 결코 담을 수 없는 어떤 곡선성이라고 할까요. 이는 존재론적 남성성은 이해할 수 없는, 물러난 타자성이자 존재론적 여성성의 지점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아름다움은 다 파악될 수 없으며 감추어져 있다는 것이죠.
우리 존재가 직업, 나이, 성별, 종교 등으로 환원될 수 없듯. 당신의 인사카드에 써질 수 없는 것에, 존재의 본질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이 블로그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름다움은 감추인 베일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베일을 열어젖히고 샅샅이 안을 수색하더라도 결코 찾을 수 없을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