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의사랑아름다움」 장 뤽 낭시 읽기(1)
'신념은, 우리가 믿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충실하다고 할 때, 실제로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다 알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에게 충실하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를 믿는 것입니다. (중략) 그 열림이 없다면 우리는 아마 인간으로조차 존재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세계 안에 갇혀버린 많은 사물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지요.'
다 알지 못한 채로 충실할 수 있음은 그곳을 향해 열린다. 지향성의 형태로 그곳에 머무는 신비로운 가능성. 없지 않음은 당신을 기다리며, 우리를 기다린다. 지난한 시간의 흐름과 낯선 단절의 사건. 흔들리는 촛불은 단지 사물이기를 거부한다. 무명자로 되찾는 물러나있던 그 무엇. 오래된 시원적 관계는 비로소 희미한 빛을 발하며 사라져 간다. 우리 사이, 단 한 번의 열림과 함께...
(37~3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