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 김곡 읽기(1)
'20세기의 예술로서 영화의 혁명은 '거리'를 '연장'으로 대체했다는 데에 있다. 무엇보다도 분위기, 그것은 연장적 본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분위기에 몰입함은 거리가 얼마든지 더 잘게 쪼개지고, 이미지가 얼마든지 더 넉넉히 연장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다름 아니다. 영화의 고유한 본성이 분위기라면, 우린 이미 빛줄기를 연장으로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분위기란 연장가능성 자체의 느낌이다. extensive 란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장성의 가장 강점은 ex-, 즉 바깥을 찾아내는 능력이었다. 분위기는 바깥에 대한 감각이다. 공간뿐 아니라 시간의 바깥.' (15p)
'연장은 나눠지기 위해서만 이어지고, 이어지기 위해서만 나눠진다.'라는 화이트 헤드의 말. 미완성 안에서 완성되고, 결합 속에 무수히 단절되는 사건은 영사기가 쏘는 빛의 속성이다. 오직 명멸 속에 생명을 연장하는 차이 있는 반복. 도무지 머무를 수 없는 그곳은 지금 여기와 전적으로 다른 시간이 흘러간다.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바깥'의 이미지. '잘림과 붙음'으로만 실재하는 프랑켄슈타인은 비로소 한 편의 영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