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파 유미경 May 28. 2020

마오타이를 보라

전통식품을 마케팅할 때

마오타이는 고량(수수)을 주원료로 만드는데 배갈, 백주, 고량주라고 불리는 술이다. 중국 귀주성의 마오타이진에는 백주를 만드는 업체만 1,700개가 된다. 그런데 마오타이란 이름은 딱 한군데에만 붙일 수 있다.

얼마 전, 중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한다는 마오타이의 최근 시가총액(289조)이 삼성전자를 넘어섰다고 해서 뉴스가 되었다.


보통의 백주 가격  한병(500ml)이 4만원이라면 마오타이 가격은 40만원이다. 구매할 의향이 있어도 구입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수십년 숙성된 마오타이 가격은 억대를 호가하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술인데? 특별한 공법이나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전통방법대로 수수, 누룩, 물을 원료로 만드는 술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우리 전통장의 주원료는  콩, 물, 소금으로 역시 심플하다. 전통장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 마오타이에서 배우자는 게 이 글의 요지다.


마오타이가 유명해지기까지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19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파나마 태평양 만국박람회'가 열렸는데,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자 담당자는 고의인지 실수인지 마오타이를 쏟았다고 한다.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진한 술향이 진동하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마오타이 신화의 시작이다.


1935년 중국문화대혁명 때는 이곳을 지나던 홍군의 병사들이 마오타이주로 상처를 치료했다고 한다. 이후 마오쩌둥 등 공산당 간부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게 되었다는 뒷말도 있다.


하지만 마오타이진 특유의 토양과 기후환경 등 자연적인 요소에, 수백 년간 내려온  전통제조법의 고수, 또 끊임없이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려는 장인정신이 없었으면 마오타이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마오타이의 생산주기는 1년이다. 수수를 9번 찌고, 누룩을 넣고 8번 발효하고, 이를 7번 증류한 후 3년 이상 숙성시킨다. 이후 저장기간이 다른 여러 마오타이주를 블렌딩하여 최소 5년 이상 숙성을 한다. 마오타이 한 병이 나오기까지는 30개 공정, 165개의 세부 단계를 거친다고 되어 있다. 전통을  관리한 댓가는, 현대의 소비자들이 모두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비싼 값으로.


우리에게는 한반도를 원산지로 하는 콩이 있고, 서해염전의 천일염이 있고,  좋은 옹기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디에서든 메주를 잘 띄울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콩 문화권인 중국에서(북경) 메주를 만들면 건조해서 안되고, 일본에서는 기후가 습해서 썩게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장에 최적화된 떼루아(Terroir)가 있는 것이다.


된장은 2년 정도 숙성해야 가장 맛있고, 간장은 관리만 잘하면 100년 간장도 가능하다. 전통장은 장기숙성할수록 항산화물질이 많아지고 특정성분, 예를 들면 가바(GABA)함량은 대폭 증가된다. 가바는 발효 안된 된장보다 5년산 된장에 23배, 10년산 된장에 78배가 더 들어 있다. 그러므로 장기숙성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노력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전통간장 가격을 보면 1년산 간장이 1만원대, 10년산 간장은 10만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다. 전통장은 최소 1년 이상 숙성을 해야 하므로 사실상 값싼 가격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만약 보통 사람들이 사 먹지 못할 만큼 가격이 높아진다면? 직접 담가먹으면 된다.


나는 전통이 박제된 문화유산으로만 남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마오타이처럼 전통 기반의 산업으로 당당하게 성장하기  바란다.


간장의 경우,  해가 지날수록 그 양이 줄어든다. 그러므로 겹장이나 씨장의 관리, 블렌딩은 필수적이다. 햇장을 10% 섞을지 20% 섞을지 그 비율도 정해야 한다. 시중에 나오는 전통장류업체 중 숙성방법이나 숙성비율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곳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전통장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선택을 받으려면 철저한 품질관리는 기본이 되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집 시그니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