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오셨다가 여름에 가신 울엄마
잠결에 들려오던 엄마의 고른 도마질 소리
코끝을 싱그럽게 자극하던 오이 향을 맡으며
새콤새콤 오이냉국을 먹게 될 걸 알아차렸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엄마의 도마와 칼은
주인을 잃었고
반짝반짝 빛나던 장독대에는
거미줄이 쳐졌다.
백구는 '컹컹' 주인을 찾아 짖어댔지만,
애타게 찾던 주인은 오지 않고
아랫동네 아저씨의 파란 트럭이
그 아이를 싣고 가버렸다.
잘 마른 이불 빨래를 가르고 들어가면
그 향긋한 냄새가 바로 엄마 냄새였는데
이젠 빈 빨랫줄에 빛바랜 빨래집게만
초라하게 매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