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친정집에 들렀다. 주변 골목은 이미 차들로 가득 차 있어, 집에서 5분쯤 떨어진 곳에 주차했다. 천천히 걸어가는 길,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하늘과 따스한 바람이 마음을 살짝 간질였다.
동네를 걷다 보니, 집집마다 감나무가 있었다. 주황빛 감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잠시 멈춰 서서 감을 바라보니 마음이 절로 풍요로워졌다.
집에 도착하니 동생이 따놓은 감이 야외 식탁 위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그중 잘 익은 홍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손에 쥐자 말랑말랑한 감촉이 느껴졌다.
한 입 베어 물면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갈 것 같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을을 통째로 선물 받은 듯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