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본연으로

by 정미옥

가을, 가을 하다.

주말에 동네 한 바퀴를 걸었다. 온통 낙엽으로 물든 세상은 노랗고 붉게 번져 있었다. 길가의 푸릇한 화분 위에 내려앉은 노란 잎을 보니, 이상하게도 새 생명이 피어난 듯했다.


카메라 앵글에 가을을 온전히 담기엔, 풍경이 너무 예뻤다.

올 가을은 유난히 조용하다. 별다른 추위도 없고, 여름 내내 내리던 비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더 빨리 스쳐 지나가는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가을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나둘 벗어놓는다.

깊은 심연으로 스며들기 전, 마지막으로 온갖 색의 향연을 펼쳐 보이는 듯하다.

가을의 마지막 투혼이, 그렇게 조용히 불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