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사회학 #2
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록버스터인 어벤저스 시리즈가 얼마 전 마지막 에피소드인 “엔드 게임”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징가 Z를 보며 TV에 입문하고, 로버트태권 V를 보기 위해 처음 극장에 발을 들여놓았던 필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SF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쓴다. 그런데 어벤저스 엔드 게임은 약간 사정이 달랐다. 엔드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 이전에 개봉되었던 21편의 영화를 모두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지간한 SF 광임에도 불구하고 위에 열거한 어벤저스 시리즈를 모두 보지는 못하였다. 사실 저게 하나의 시리즈라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다. 사실 필자는 마블 소속 히어로보다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DC 소속 히어로들에 더 익숙하다. 영웅이 세상을 구할 거라는 꿈을 품었던 어린 시절 접했던 대부분의 히어로들이 DC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은 소속과 무관하게 좋아했던 히어로고, 아이언맨까지는 그래도 겨우 들어본 적은 있지만, 어벤저스의 히어로들을 이끄는 캡틴 아메리카를 비롯한 나머지 히어로들은 사실 필자에게는 듣보잡 히어로다. 심지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어벤저스 시리즈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딸들이 어벤저스 시리즈를 같이 보러 가자고 조르는 황당하고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이 시대에는 유튜버라는 백수가 있으니... 필자 같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유튜브에는 총 러닝타임 2,684분, 시간으로는 44시간 44분, 날짜로는 하루하고 20시간 44분을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가지 않아야 볼 수 있는 어벤저스 시리즈 21편을 단 10분으로 정리해서 볼 수 있는 영상들이 차고 넘친다. 걱정이라면 그중에서 단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울 뿐...
우리에게 감당할 수 없는 정보를 정리해 여유를 만들어 주고 있는 그들의 정체는 직장인인가 백수인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취미로 그 일을 한다고 해도 그 유튜버의 정체성은 직장인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내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회사와 계약된 시간 이외의 시간에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유익한 노동을 하고 있는 직원이 있다면 사장은 그 직원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까?
이미 그러한 지식 노동 또한 경쟁의 시스템 위에서 돌아간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영화 자본은 자신의 이익을 효율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한 편이 아닌 20편이 넘는 시리즈를 제작해야 하는 시대에, 누군가 그러한 자본의 이익을 촉진시키기 위해 제3의 방식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면, 유튜브가 아니라 직접적인 당사자인 영화 제작사가 그 유튜버에게 수익을 분배해야 하지 않을까?
유튜버로 당당히 수익을 내고 있는 사람을 백수라고 칭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들거나 동의가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백수는 이 시대가 통념하는 기존의 백수와 다르다. 필자가 정의하는 백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시스템 밖에 존재하며, 불확실한 미래의 가능성을 개척하는 모험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백수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무지, 혹은 백수에 비해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 적응하고 있는 자신이 우월하다는 착각 때문이다. 즉, 필자는 백수라는 호칭에 비난과 멸시가 아닌 기대와 존경을 담고자 한다. 정보 과잉의 시대, 백수는 사회적 통념을 깨고 우리에게 정보 소비의 여유를 만들어 주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정보를 효과적으로 조작해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유튜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