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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Apr 11. 2021

슬기로운 박사과정을 위하여...

슬기로운 박사과정 #1

3월 첫째 주에 시작한 글을 한 달이 지나서야 마무리한다.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늘 나를 즐거운 긴장 속으로 밀어 넣는다. 


2021년, 만 52세의 나이에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앞으로 2년 반 동안 인천에서 공주로 약 170여 Km, 편도 3시간 거리를 통학해야 한다. 이번 학기엔 토요일 오전, 오후 2과목, 월요일 오후, 저녁 2과목 수업이 있어 금요일 저녁 공주로 내려가 월요일 밤에야 인천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렇게 공주에서 3박 4일을 보내고 나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화, 수, 목... 가뜩이나 빨리 가는 시간이 광속으로 지날 것 같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그렇게 공부를 하라고 할 때는 안 하더니 50이 넘었는데 언제 써먹으려고 공부를 하냐고 혀를 차셨다. 지랄 총량의 법칙이 있듯, 아마 공부 총량의 법칙도 있는 것 같다. 난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엄마, 어디 써먹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공부가 재미있어서 하는 거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백수가 된 것도 모자라 단지 재미를 위해서 공부를 하다니... 누군가는 나의 이러한 철없음에 밤마다 이불 킥을 할지도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 뿐이다"라고 말했던 소크라테스처럼 내가 얼마나 무지한 존재인지를 매일 확인하지 않는다면 난 너무 불행해 하루라도 살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언제부턴가 난 현재의 불행을 감수하면서 얻을 미래의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그 '최소한'의 책임은 다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생존에서 벗어나면 사람들을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착각한다. 하지만 생존에서 벗어나면 이익이 우리를 과거보다 더 불행하게 만든다. 그래서 더 큰 이익을 위해 누군가와 다투기보단, 다만 생존을 위해 누군가로부터 배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것이 내가 내가 50이 넘어 공부를 하게 된 매우 단순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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