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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May 22. 2021

2022 개정 교육과정 방향 의견 조사 참여했습니다!

설문 링크…


졸라 어려웠습니다. 과연 이 어려운 설문에 몇 명이나 참여를 할지, 설문에 답하다가 빡쳐서 그만 두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지... 설문은 그 시작이겠지요? 처음엔 핸드폰으로 하다가 내용 다 날리고... 장장 1시간에 걸쳐 설문을 완료하였습니다.


장하다, 채희태!

설문은 주어진 보기를 고른다고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반드시 고른 이유를 주관식으로 써야 합니다. 대충 쓰고 넘어갈까 했는데, 교육학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냥 넘길 수가 없더군요. 자, 이제 설문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ㅋㅋ


Q1.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 교육의 지향점과 가치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1.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 교육의 목표는 오로지 입시를 중심으로 하는 선발입니다. 교육이 국가의 경제 성장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 선발된 개인은 선발되지 못한 다수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선발되지 못한 다수는 평생 패배감을 안고 살아가는 양극화가 고질적인 사회 문제가 되었습니다. 교육은 사회의 보편타당한 가치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선발된 개인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해야 합니다.


Q2. 다음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미래 인재상과 관련한 주요 단어를 제시한 것입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1순위와 2순위를 선택해 주세요.

A2. 포용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같은 민족이 서로 총뿌리를 겨누고 있는 분단국가입니다. 한 차례의 전쟁도 겪었습니다. 분단이 만들어 놓은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우리는 이견에 대한 혐오와 배척이 특히 심합니다. 심지어 '다르다'와 '틀리다'도 구분하지 못합니다. 보기에 있는 다른 단어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지만,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으로 인해 다른 것을 포용하지 못하는 주도성과 창의, 그리고 문제해결은 사회를 더욱 불행하게 만들 것입니다.


Q3. 학생 주도성은 스스로 무엇을 배울 것인지 계획하여 학습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교육활동에서 학생 주도성은 지금과 비교하여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3. 확대되어야 한다.

인류는 자연을 통해 문명을 개척해 왔습니다. 인류가 자연을 통해 문명을 개척해 왔다고 교육의 주체가 자연이 될 수는 없습니다. 교육은 모든 것이 새로운 아이들에게 그것을 만들어 왔던 어른들이 자연과 같은 환경이 되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마치 인간이 자유를 통해 문명을 개척해 왔던 것처럼 자신들의 문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교육에서 학생의 주도성은 단지 확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가 되어야 합니다.


Q4. 교육과정은 학생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교과별로 학습 내용의 양과 수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과별 학습 내용의 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4. 학습 내용의 양이 (졸라) 많다.

2017년 기준으로 1년에 새로운 정보가 생산되는 양은 약 16 ZB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초로 환산하면 1초에 28만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정보는 매일매일 빅뱅 수준으로 팽창하고 있는데, 과도한 학습으로 인해 아이들은 과거의 지식에 묶여 있습니다. 갈수록 학습의 양이 많아지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선발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교육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더 많이, 더 빨리 학습하는 것입니다. 1 더하기 1이 2라는 원리만 알고 있으면 핸드폰에 있는 계산기를 통해 얼마든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양의 학습은 멀쩡한 아이들을 학습 부진아로 만들 뿐입니다.


Q5. 평가에 대한 변화가 없다면 학교교육을 혁신하기 어렵다는 인식으로 다양한 평가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서술형・논술형 평가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 각각 선택하여 주십시오.

A5. 중고등학교 모두 70% 이상 (가장 높은 비율 선택, 보기에 100%가 있었다면 100%를 선택했을 것임)

작금의 시대를 소위 불확실성의 시대라 말합니다. 정답은 5가지 보기 안이 아닌 그 밖에 존재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2015년 하자센터에서 덴마크 애프터 스콜레 사례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사한테 노인 교통 대책에 대해 연구를 해 보고 싶다고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얘들아, 지금까지 어른들이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어른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너희들이 좀 풀어주지 않겠니?” 교육은 어른들의 경험에 아이들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지지하고 믿어주는 것 아닐까요?


Q6.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서술형・논술형 평가가 이루어지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6. 기타 (교사 역할 변화)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이미 이 사회가 가지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교사가 아니라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면, 아이들로부터 사회가 이룬 혁신을 분리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보가 고정된 시대엔 고정된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쳐도 됩니다. 하지만 정보가 일신우일신 팽창하는 시대의 교사는 다른 역할을 필요로 합니다.


Q7. 초・중・고등학교에서 현재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교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1순위와 2순위를 각각 선택해 주세요.

A7. 기후환경 변화 등 생태전환 교육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인간은 자연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문명을 개척해 왔지만, 언젠가부터 자신의 탐욕을 위해 자연을 끊임없이 파괴해 왔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는 어쩌면 파괴를 감내해 왔던 자연의 역습인지도 모릅니다. 자연과 함께 지속가능하게 생존할 수 있는 바탕 위에 문명도 있고 교육도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 환경 변화 등 생태전환 교육은 곧 인류의 생존을 위한 교육입니다.


Q8. 고교학점제란 고등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쥐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입니다. 고교학점제를 추진하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 개정에서 가장 중점에 두어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8. 기타 (학생의 교과 선택권 강화)

교육 과정이라는 것이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교사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요? 진정 교육 과정이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정해진 교육 과정에 학생들을 가둘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교육 과정을 선택할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당장은 교사들의 반발과 혼란이 있을 것입니다. 소피 마르소를 일약 아이돌 스타로 만들어준 라붐이라는 영화에 보면 1980년대 프랑스 중학교의 모습이 나옵니다. 40  프랑스에서는 중학생들도 마치 대학생 처럼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찾아가서 듣는 장면이 나옵니다.


Q9. 고교학점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국가와 교육청이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1순위와 2순위를 각각 선택해 주세요.

A9. 기타 (교육 큐레이션)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은 학교 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교사의 역할을 교과 과정을 만들고, 그 안에 아이들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교육 과정을 적극적으로 큐레이션 하는 것입니다. 예술의 어원은 테크네입니다. 계급이 분화되면서 지배계급은 아트를, 그리고 피지배 계급은 테크닉을 취했습니다. 예술이 현실과 점점 멀어지자 큐레이터가 등장하였습니다. 작금의 교육도 현실문제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교육에도 큐레이터가 필요합니다. 그 역할은 교사가 가장 잘 할 수 있습니다.


Q10. 고교학점제에 대학, 연구기관 등 자역사회와 연계한 학교 밖 교육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10. 인정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학교가 학교 밖에 있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와 연결하면 교육의 역할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되는 것입니다. 교육의 역할이 확대되면 교사의 역할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학교와 학교 밖을 연결하고, 학교 밖의 교육 콘텐츠를 학점으로 인정하면 교육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교사도, 마을도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도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Q11. 고등학교에서 많은 학생이 과목 개설을 희망하지만 담당 교사가 없을 경우, "교원 자격증이 없으나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한시적으로 단독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 학교에서는 교원 자격증이 없으면 정규 교사와 협력하여 수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A11. 찬성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모든 사회 체계는 사회의 필요성에서 출발하지만 종국에는 자신의 확대 재생산에만 몰입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자격이 내용을 담기보다는 자격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고, 내용은 자격을 갖추기 위해 경쟁하지만 자격증의 수는 한정되어 있지요. 현장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격과 내용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공도서관의 자격증 사서와 작은 도서관의 마을 사서, 행정 기관의 늘공과 어공, 학교에서의 교사와 비교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교육의 자격이 아니라 내용입니다.


Q12. 범교과 학습주제는 국가 사회적 요구로 법령에 의해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교육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무 시수가 많고 교과 내용과 중복되기도 합니다. 법령을 정비하여 학교가 범교과 학습을 유연하게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점 척도)

A12. 보통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체제에선 범교과 학습을 유연하게 할 수 있게 하면, 범교과 학습을 줄이고 대신 입시 교육에만 몰입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핵심은 그것을 국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여 선택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Q13. 국가교육과정은 국가 교육의 수준을 일정하게 보장하기 위해 공통적인 교육내용과 기준을 제시합니다. 지역과 학교가 학생의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국가교육과정의 권한을 줄이고 교육청이나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점 척도)

A13. 매우 동의한다.

지금은 바야흐로 자치분권의 시대입니다. 교육에도 분권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적극 찬성합니다. 하지만 교육청이나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 이전에 현장의 다양한 주체들이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부의 권한을 가져 오는 것은 분권이 아닙니다. 학교가 가지고 있는 교육의 권한을 지역과 나누는 것이 분권입니다. 전문가가 관여하여 정책을 결정하면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그 효율의 추구가 현장의 요구와는 멀어지게 됩니다.


Q14.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해 국가와 교육청이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1순위와 2순위를 각각 선택해 주세요.

A14. 기타

학습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학습 격차의 원인은 쫓아 오지 못하는 아이들한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앞서 나가는 아이들에게 있습니다. 학습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뒤쫓아 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채찍질을 가하기 이전에 앞만 보고 달리는 아이들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요즘 아이들 공부하는 게 너무 어려워 졌다고 합니다. 아무리 공부를 잘했던 부모도 중학교 문제를 가지고 쩔쩔 맵니다. 시험은 변별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학습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한 아이들의 재능을 오로지 학습의 기준으로만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Q15. 코로나19 이후 교실 수업과 온라인 수업이 병행되는 학습 방식이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국가와 교육청이 우선 지원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1순위와 2순위를 각각 선택해 주세요.     

A15. 기타 (마을 연계)

고를만한 보기가 없네요. 정말 궁금해서 다시 묻습니다. 소위 교육 과정은 학생들을 위한 것인가요, 교사들을 위한 것인가요? 서태지를 알아본 것은 전문성을 가진 평론가가 아님 대중들이었습니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에 모이지 못하면,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는 대면으로 할 수 있는 교육과 학습을 지원하면 됩니다. 교사가 모든 걸 다해야 한다는 강박이 교육을 죽이고, 마을을 죽이고, 이제 학생까지 죽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을 교육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학교가 마을이 교육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교육 전문가인 교사는 이제 자신을 지켜온 전문성(城)인 학교에서 나와 마을을 개척하고 탐험해야 합니다.


Q16. 이제 마지막 문항입니다. 국가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하여 건의하시고 싶은 내용이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기입해 주세요.

대한민국 헌법에는 교육에 자주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교육에 자주성을 부여하는 순간 교육은 오로지 교육을 위해서만 작동합니다. 마치 인간의 자주성이 인간 밖에 있는 환경을 파괴해 왔듯이… 교육은 아이들에게 좀 더 겸손해야 합니다. 지금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아이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교육의 3주체라고 합니다. 그나마 학생을 포함시켜 구색을 맞췄습니다만, 틀렸습니다. 교육의 주체는 오직 학생입니다.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는 자신의 경험으로 학생들을 억압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무궁한 가능성에 경의를 표해야 합니다. 교육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니었을까요?


P.S

대한민국의 교육이 단지 과거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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