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 나이의 입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자신이 살아온 세대들의 생각을
아우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이해의 당사성이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이해의 폭이 그만큼 넓어져야 한다는 것일지도…
내 생각이 소용돌이치던 찻잔은
어항이 되고,
수족관이 되고,
한뼘 남짓한 웅덩이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내 상념은
자유롭게 흐르는 내에도,
바다로 나아가는 강에도 이르지 못하였다.
그렇게 인간은
평생을 자신도 모르는 경계 안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