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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May 23. 2023

김사부가 달라졌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 중간 리뷰

뒷북 한 번 시원하게 치겠다. 낭만닥터 김사부 3번째 시즌이 시작되었다. 오는 금요일(5월 26일) 시즌 3의 9화가 방영될 예정이니 사실 시작한 지 쫌 됐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난 시즌 2에 이어 시즌 3의 시작도 놓치고 말았다. 어느 날 옆지기가 TV로 김사부를 보고 있길래, 왜 김사부를 보고 있냐고 물으니 옆지기 曰,


아니 김사부 팬이 시즌 3 시작한 것도 모르고 있었어?
뭐? 지금 보고 있는 게 시즌 3야? @@


언젠가 시즌 2 리뷰에도 썼던 거 같은데, 기분이 꿀꿀했던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에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 몰아보기가 뜬 걸 보며, 유튜브가 어떻게 내 마음까지 알았을까? 하고 생각을 했더랬다.



눈치챘겠지만, 내 닉네임 '낭만백수'는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따 왔다. 감히 김사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난 양심과 욕심을 구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최고의 백수도 좋은 백수도 아닌 필요한 백수로 살아가며 개멋을 부리고 싶은 낭만백수다!


김사부 시즌 3은 시즌 1, 2와 사뭇 다른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 김사부의 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듯 시즌 1과 2의 빌런은 누가 봐도 도윤환 원장이었다.


거대병원 도윤환 원장, 앗! 이 사진이 아닌가?


하지만 시즌 3의 8화까지 본 현재, 김사부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애제자 차은재의 아버지이자, 대학 때부터 라이벌인 "차진만 교수(이경영 분)"로 보인다. 사실 도윤환과 달리 차진만을 빌런이라고 몰아세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시즌 1, 2에 등장했던 도윤환 원장이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차진만 교수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이 시대의 전문가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누구나 꿈꾸는 전문가는 우리 사회에서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의사가 없다면 환자는 누가 치료할 것이며, 판검사가 없다면 누가 범죄를 다룰 것인가? 그리고 교사가 없다면 아이들을 누가 가르치겠는가!


이상이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성이라면, '루만'의 말대로 어쩌면 사회의 필요에 의해 등장하게 된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만 최선을 다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찍이 학교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지적했던 '일리치'는 <전문가들의 사회>에서 전문가들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를 결정할 뿐 아니라, 어떻게 이런 판결을 강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결정한다. 그들은 물건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서비스를 왜 강제로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특별하고 독점적인 권한을 주장한다. 작금에는 전문직들이 너무나 발전한 나머지 고객화 된 시민에 대한 보호감독자 역할뿐 아니라, 이 병동화된 세계의 형태까지 결정하려 들고 있다. (…) 성직자 계급이 영원한 구원을 약속하듯이, 전문가 집단은 일반 대중의 세속적 이익에 대해 그것의 해석자, 보호자 및 공급자로서의 적통(嫡統)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이런 종류의 전문가 권력은 엘리트라는 신분 자체가 전문가적 지위를 통해 확보되고 정당화되는 사회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전문가 권력이란 사회에 대해 처방을 내릴 수 있는 특권을 말한다. 이런 처방 권력은 산업체제 내에서 이 체제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해 준다. 따라서 산업체제의 구성원들이 해야 할 일까지 좌우하는 전문가 권력은 그 범위와 기원 모두에서 특이하고도 새로운 것이다.
이반 일치리, <전문가들의 사회> 중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고소도 감수하며 위험한 수술을 감행하는 김사부에게 차진만은 분노하며 묻는다.


차진만 : 너, 뭐 하는 짓이야?
김사부 : 그러니까, 고속도로 내줬으면 달려야지,  왜 자꾸 브레이크를 밟아, 밟기를! 중증 외상은 1분 1초가 생명과 직결인 거 몰라?
차진만 :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없는 환자라서 그런 거잖아! 결말이 이미 정해진 환자를 수술방에 밀어 넣고, 뭘 어쩌자는 건데? 니 눈엔 환자만 보이고 의사는 안 보여?!! 대체 너 그런 식으로 니 밑에 의사들 몇 놈이나 골로 보냈냐? 지난해 기록만 대충 훑어봐도 돌담병원 의사들 경찰서에 불려 가 조사받은 건만 20여 건, 그중에 11건이 서우진 선생이었어! 근데 너, 니가 그렇게 아끼는 제자라면서 왜 자꾸 애를 저런 말도 안 되는 수술방에 밀어 넣는 건데! 왜 의사한테만 저런 리스크를 떠안게 하냐고, 왜!!!
김사부 : 그게... 그게 의사가 할 일이니까... 의사로서 지 할 일을 하는데, 뭐 다른 이유 있어?
차진만 : 허, 미친놈...



차진만의 입장은 사실 이 시대 모든 전문가들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해 온 우리의 김사부는 차진만의 말과 그리고 이러저러한 사건, 사고로 힘들어하는 후배 의사들을 보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도윤환과 맞설 때는 불 수 없었던 김사부의 고뇌


차진만 : 너 이러는 진짜 이유가 뭐야?
김사부 : 니 말대로 나 하나밖에 몰라. 그래서 누군가의 눈엔 무모해 보이고, 누군가의 눈엔 위험해 보이고, 또 누군가의 눈엔 미친놈처럼 보이기도 할 거고... 그래도 난, 괜찮았어. 그러거나 말거나... 그랬는데, 그게 다른 녀석들한테도 괜찮은 건지, 솔직히 모르겠어. 그러니까 니가 보여줘 봐, 넌 어떻게 해 낼 수 있는지, 어떤 답을 갖고 있는지...


김사부 시즌 3에서 김사부는 차진만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차진만은 김사부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드라마 특성상 김사부와 차진만은 결국 모종의 대타협을 하겠지만,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을 보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전문가에 대해 낯선 의심을 던져보면 어떨까?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일 뿐이니 재미로 보면 되지 않냐고? 그 말에도 동의한다. 김사부가 재미가 없었다면, 아무리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 또한 보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로 나의 졸저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도 낭만닥터 김사부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물 들어온 김에 노를 한 번 저어 보자면, 내 책을 읽은 한 지인은 의리로 사 봤는데, 재미도 있어서 10권을 주문해 주변에 선물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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