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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Jun 06. 2023

꼰대의 재해석을 시도한 김사부 시즌 3!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 중간 리뷰 2

김사부는 시즌 3에서 본격적으로 꼰대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는 듯 보인다. 악마와 싸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악마가 된다고 했던가? 어쩌면 586들은 30여 년 전 군부독재라는 깡패와 싸우기 위해 깡패로 살았는지 모른다. 돌이켜 생각해 봐도 그때는 정말 쌈 잘하는 친구가 최고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MZ 세대들은 586이라는 꼰대와 맞서기 위해 꼰대로 살아가는 것 같다. 시즌 1에 등장했던 MZ 강동주(유연석 扮)는 꼰대와 맞서 싸우기 위해 꼰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을 합리화한다.


꼰대들이 만든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꼰대가 된 강동주


시즌 3에서 MZ세대를 대변하는 의사 장동화(이신영 扮)는 강동주와는 사뭇 다른 각도로 김사부와 충돌한다. 같은 MZ세대지만 강동주와 장동화 사이에는 7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있다. 강동주가 '노오력'을 하면 계층 사다리를 꾸역꾸역 기어오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2016년판 MZ세대였다면,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23년, 장동화는 노력은 개뿔,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는 강력한 허무주의로 무장한 MZ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장동화는 감히 돌담병원에서 칼퇴를 시도하기도 하고, 시종일관 환자보다는 게임에 더 몰입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런 장동화의 모습에 김사부는 오랜만에 폭주를 한다. 


야, 교육인지 훈육인지 구별도 못하고, 나이 많은 것들이 하는 소리는 죄다 골질에 꼰대질로 제껴 버리면서 선생님은 무슨 말라비틀어질 놈의 선생님이야!



사실 이런 김사부의 말에 100% 공감하는 건 아니다. 노력의 기준은 절대적인 반면, 이 세상이 원하는 성공의 기준은 지극히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야만 살 수 있는 사회가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오력 프레임"은 3루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3루타를 쳤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삼진을 당한 사람으로 하여금  불평등한 사회 구조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의 탓으로 돌리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김사부의 이러한 소신은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에겐 어느 정도 적용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김사부의 소신을 입시 교육에 대입해 보면 노력의 폐해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모두 열심히 공부한다고 SKY의 정원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SKY에 들어갈 수 있는 상대적 기준만 높아져 무한 경쟁과 무한 노력의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김사부도 그것을 모르지 않는지 장동화를 무조건 노력의 벼랑으로 몰아붙이지는 않다. 김사부는 메센테리(장간막)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장동화에게 슬쩍 칭찬을 건넨다. 


김사부 : 그 메센테리(장간막)를 네가 잡았다메?
장동화 : (으쓱하며) 그 얘길 벌써 들으셨습니까?
김사부 : 해 보니까 어떻드냐?
장동화 : 생각보다 제가 손이 그렇게 둔하진 않더라구요. 이제 레지던트 3년 차 됐는데, 그 정도는 할 줄 알아야죠. 
김사부 : 라떼는 말이다, 전공의 말년에 헤모페리(복강내출혈)에서 빤빼(복막염)까지 다 했어. 그 교수님 어시에 메센테리 하나 달랑 잡은 걸로는 아유, 거 명함도 못 내밀었지, 그때는...
장동화 : 선생님도 라떼파셨구나.
김사부 : 야, 사람은 누구나 다 나만의 라떼가 있는 법이야. 그 시절의 라떼를 뺀다면 어찌 지금의 내가 있겄냐? 그러니까 잘 기억해 두쇼~ 오늘이 너의 라떼 중에 하루가 될 테니까.


작가도 강동주와 장동화 사이에 달라진 MZ의 모습을 의식했는지, 장동화에게 강동주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오버랩시킨다. 김사부 시즌 3, 10화에서 장동화는 시즌 1에서 강동주가 김사부에게 던졌던 비슷한 질문을 장동화가 던진다.


김사부의 정체야, 시즌 1부터 3까지 보고 있는 김사부 팬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고, 시청자들은 2023년을 대표하는 MZ, 장동화가 하필 돌담병원에 있는지를 더 궁금해하는 것 같다. 대단한 대한민국의 누리꾼들은 진즉에 장동화의 정체를 눈치챈 듯하다. 시즌 1에서 김사부를 부용주가 아닌 김사부로 살아가게 만든 장본인인 장현주의 동생이라는 것이다.


장현주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김사부에게 편지와 함께 올드팝이 녹음되어 있는 카세트테이프를 남긴다.


지난 10화에서는 장동화가 흘리고 간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통해 누리꾼들의 추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장현주가 김사부에게 카세트테이프를 선물로 주었듯, 동생인 장동화에게도 선물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바를 하자면, 혹시 장동화가 칼퇴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혹시 하늘나라에 있는 누나를 그리워하며 카세트테이프에 있는 노래를 듣기 위함은 아닐까? 어쩌면 꼰대와 싸우다 꼰대가 되어버린 MZ들을 꼰대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느새 꼰대가 되어 버린 나를 돌아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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