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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Dec 30. 2023

미래교육지구의 추억 3

컨설팅과 성장 지원의 차이에 대하여...

3. Peri-미래교육지구

2020년 난 11개의 미래교육지구 중 부산 사하구와 충남 공주시의 성장 지원단으로 참여했었다. 어떤 기준으로 11개 기초자치단체가 미래교육지구로 선정되었는지 몰랐던 것처럼, 어떤 기준으로 당시 백수였던 내가 성장 지원단에 합류하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래교육지구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사업의 성장 지원단 제의를 받고 우쭐한 마음이 들어 넙죽 받아들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컨설팅”이 아니라 “성장 지원”이라는 말이 마음에 쏙 들었다. 난 2015년 7월부터 설시굑청에서 서울형혁신교육지구를 담당하는 어공 주무관으로 일을 했었는데, 교육청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는 성장 지원이 아닌 컨설팅이었다. 당시 컨설팅은 나에게 매우 낯선 단어였다. 다음 사전을 찾아보니 컨설팅을 “어떤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상담을 하거나 의견을 제시함”이라고 정의해 놓았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혹시 전문가?


내가 경쟁과 공모 다음으로 경끼를 일으키는 단어가 바로 전문성이다. 전문성에 대한 나의 견해는 송구하지만 얼마 전 국평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평생학습e음>에 칼럼으로 연재한 전문성 3부작을 참조해 주었으면 한다. 한마디로 전문성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생산성을 갖추기 위해 비롯되었으나, 잉여 생산물을 통해 계급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 쓸모없는 신화가 되어버린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① 전문성의 함정

② 전문성의 시작

③ 전문성의 역설


전문성에 대해서는 이미 일리치가  <전문가들의 사회>에서 보다 설득력 있고 적나라하게 비판한 바 있다. 내 생각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상담을 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소위 컨설팅은 일찍이 아도르노가 비판했던 계몽의 유전자가 근대교육이라는 옷을 입고 명맥을 유지해 온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어쨌든 2020년, 난 성장 지원단이라는 신박한 이름에 끌려 제법 성실하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었던 것 같다.


내가 참여했던 첫 번째 성장 지원단 회의는 부산 사하구에서 열렸다. 당시 미래교육지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는지 교육부의 몇몇 높으신 양반들도 성장 지원단 회의에 참석를 했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지엄한 교육부 관료들을 향해 난 “비록 공모 방식으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미래교육지구는 중앙정부가 그동안 등한시해 왔던 현장에 대해 제대로 학습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니, 모쪼록 교육부 예산을 지방자치에게 내는 수업료라 생각하고 열심히 배웠으면 좋겠다“고 정중하게(?) 제안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하구청의 담당과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교육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풀뿌리 교육자치보다 중앙정부의 예산에 더 관심이 있었는지, 모쪼록 교육부에서 예산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잘 봐 달라는 취지의 인사말을 했다. 아마 앞의 글에서도 썼던 것처럼 중앙정부의 예산에 기대 왔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오랜 습성이었을 것이다.


잠깐 삼천포에 들르자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살림살이를 평가하는 개념 중에 재정자립도라는 것이 있다. 재정자립도란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반쪽도 안 되는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적지 않은 재정을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머리가 아프니 결론만 얘기하면 아이러니하게도 공무원들이 공모를 통해 중앙정부에서 돈을 많이 받아올수록 재정자립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즉, 재정자립도를 높이려면 공무원이 게을러야 하고, 공모 사업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곳에 투입할 예산이 없다는 핑계를 대기 위한 구실로 자주 쓰이곤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진정한 재정 여력을 알려면 재정자립도 보다는 “기준재정수요충족도(재정력)”을 살펴 보는 것이 맞다.


다시 돌아와서… 나름 예의를 차리고 한 나의 제안이 심히 거슬렸는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듬해부터 난 성장 지원단 참여를 제안받지 못했다. 아마 백수인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분들이 참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2년 동안 미래교육지구와 무관하게 지내다가 2023년, 올해 경기도 안양 미래교육지구 성장 지원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안양 미래교육구에 참여 경험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적으로 편하게 말을 꺼내기는 좀 거시기하다. 다만, 최종 완료보고서에 썼던 한마디로 Peri-미래교육지구에 대한 추억을 갈음하고자 한다.


컨설팅이 특정한 대상을 외부의 보편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면, 성장지원은 내부 구성원의 민주적 합의가 올바로 지켜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밖에서 돕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음. 컨설팅과 성장지원이 가지고 있는 특징 및 차이에 대한 성장지원단의 고민 부족과 현장의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충분한 성장지원이 이루어지지는 못함.


post script…

혹시 모르시는 분이 계실지도 몰라 부연하자면 peri-는 period의 약자로 현재 진행 중이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사다. 코로나 초기에 성급하게 post-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길래 난 당분간 peri-코로나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었다. 그 당시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글을 참고로 첨부한다. 여기저기 난잡한 글들을 참 많이도 싸질러 놓았다.




4. Post-미래교육지구

성과지표, 격차, 미래 등 지역소멸 외에 미래교육지구 성장 보고회에서 나왔던 다양한 키워드들을 내 식대로 짚어 볼 예정이다.


5. Epilogue

마음이 가는 대로,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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