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쌍문동 생활이 시작되었다.
난 내일부터 출근, 은기는 모레 개학이다.
10년 같았던 일년의 반이 지났다.
이렇게 시간이 길게 느껴진 건 10대 이후로 처음이다.
50Km로 달리던 내 인생의 속도가 마치 은기가 달리고 있는 인생의 속도인 16Km에 맞춰진 것 같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차라리 가지끼리 부대끼던 옛날이 좋았다.
그 때는 가지끼리 서로 그늘이 되어 주고,
바람도 막아주지 않았는가!
이는 우리가 눈 앞에서 놓인 달콤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잘못된 전략을 추구해 온 결과일지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가지는 선택에서 배제되었고, 선택에서 배제된 가지는 그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였다.
선택은 이성을 장착했으되 동물에서 갓 벗어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릇 필연과 우연으로 얽히고 섥힌 생태계 속에서 어찌 인간 따위가 존재의 쓸모를 구분해 선택하고 배제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선택받을 만큼 훌륭하지 않아도 ‘인정’하고, 인정한 모든 존재에 관심을 ‘분산’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