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브런치 '작가'라는게 자랑스럽지 않다!

by 낭만박사 채희태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던 날,
운전면허를 땄을 때만큼 기뻤다


과장이 아니다. 난 대학도 재수를 했는데, 브런치도 재수를 해 겨우 작가가 되었다. 처음 작가 신청을 했다가 떨어졌을 땐, 솔직히 쪽팔리기도 하고, 빈정도 상했다. 어렵게 티스토리 초대장을 받아 글을 쓰며 필력을 키워가던 내가, 글로 먹고살겠다는 꿈은 없어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글 좀 쓴다는 칭찬을 받아왔던 내가 퇴짜를 맞았던 충격은 생각보다 작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브런치를 외면했다. 안 하면 그만이지, 뭐. 그러다 마음을 고쳐먹고 그동안 써온 글 몇 편을 골라 작가의 방에 올린 후 다시 신청했다. 두 번째 도전 끝에 작가 승인이 났고, 나는 솔직히 기뻤다. 명함 뒤에 QR코드까지 박아 내 브런치를 알리고 다닐 만큼...


그 자부심이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어느 날 쓴 글 하나가 3일 동안 3만 명에게 노출됐고, 그 글은 결국 2021년에 단행본으로 이어졌다. 브런치가 단순한 블로그 그 이상일 수 있다는 걸, 나름 경험한 셈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브런치가 좀 이상하다.


가끔 댓글이 달린다. 반갑다. 그런데 댓글 수준이 마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친추 수준이다. 난 외국에 사는 한국인 블라블라~ 여군 블라블라~ 수상해서 프로필을 눌러보면, 발행글이 하나도 없는 유령 작가로 보인다. 이 사람은 어떻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까? 그냥 첫 번째는 무조건 떨어뜨리고, 두 번째 신청하면 저절로 작가가 되는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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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시스템이 생겼을 때도 그랬다. 오마이뉴스의 후원 모델을 참고한 것 같은데, 내 글을 후원해 준 코 묻은 돈의 40%를 떼 가는 걸 보고, 미안해서 후원을 막아 버렸다. 뭐, 그건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 바뀐 특정 글을 읽으려면 작가 후원을 강제하는 방식도 좀 불편하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건 좀 다른 문제다. 누가 봐도 사기성이 농후한 계정들이 작가 자격을 달고 여기저기에 댓글을 달고 다닌다. 그 댓글들을 보며 브런치가 한때 가졌던 까다로운 심사, 일정한 수준, 그 진입 장벽에서 오는 신뢰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브런치는 단순한 블로그가 아니라는 차별성이 있었다.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없다는 그 불편함이 오히려 플랫폼의 가치를 만들었다. 티스토리 초대장 시스템도 마찬가지였다. 진입을 어렵게 함으로써,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게 하는 구조, 근데 지금 브런치는 스스로 그 가치를 허물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블로그로 갈아타야 하나? 그동안 써온 글은? 아니면 그냥 여기서 브런치와 함께 작가로서의 품위에 똥칠을 하며 남아 있어야 하나?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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