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자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여기, 한 여자가 있습니다.
9월 12일 생으로, 처녀자리죠. ‘별자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메말라가는 인간관계…. 그녀는 갈수록 사회생활이 지겹고 힘든, 평범한 직장인 중 하나죠.
왜 이러고 사나 싶을 때쯤, 그녀의 삶에, 다양한 별자리의 운명을 타고 난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나밖에 몰랐던 개인주의자 처녀자리 여성이 다른 별자리를 만나며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 들어보시겠어요?
미미가 여러분께
‘타인은 지옥이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가 한 말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지만, 순간이든 영원이든 내 삶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던진 농담이 내게는 평생 지우질 못할 상처가 되거나, 당시에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돌아보면 악연이었음을 깨닫기도 하죠. 사람들이 타인에게서 받는 상처가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한 1000년 정도 살 수 있는 사람이어야 전부 열거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타인은 지옥’이라고 해서 마음의 문과 현관문을 닫고 살아야 할까요? 사르트르 역시 사람이 싫다고 산으로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그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최선을 다해 살아갔지요. 우리는 태어난 이상, 타인과의 조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무엇보다도 누군가와 다정다감한 삶을 살 권리가 있는 ‘나’를 위해서 말입니다.
‘점성학(占星學)’은 사람들을 이해하는 다양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하늘에 뜬 별을 보며,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타인으로 향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죠. 3000년 전부터 하늘을 올려다보며 세상을 이해하려 했던 고대인들의 마음은, 3000년 후에도 현대인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처녀자리의 달, 9월 열두 번째 날에 태어났습니다. 수호성은 수성(Mercury), 수호신은 목동과 나그네의 신 헤르메스(Hermes)죠.
그리고 한 온라인 연예 매체 <연예 다반사>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별자리 운세’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땐 굴뚝)’ 코너를 담당하고 있죠. ‘별자리 운세’에선 말 그대로 운세를 쓰고요, ‘땐 굴뚝’에서는 익명으로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전하죠. ‘남자 아이돌 A와 사귀는 여자 아이돌 그룹 B가 톱스타 C와 몰래 만나고, 일반인 D와 연락하며, 재벌 E와 메신저를 하느라 학교에선 F학점을 받았다더라…’ 뭐 이런 이야기. 다들 아시죠?
이런 제가 왜 ‘점성학’에 관심을 가졌을까요? 사실 전 점성학 전문가는 아닙니다. 평생 도시에 살아서 별자리는 구경도 못하고 살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위로받고 싶을 때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리곤 저 하늘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누군가와 이어지고 있을 거란 상상을 하죠. 어렸을 적 우연히 읽은 산문 한 구절이 십여 년이 흐른 지금도 제게 남아있는 것처럼요.
햇빛이 앞 유리창으로 비쳐 들어와 나를 감싸고 있었다.
눈을 감는 순간 그 빛이 나의 눈꺼풀을 따뜻하게 내리쬐는 것이 느껴졌다.
햇빛이 그 멀고 먼 길을 더듬어 이 작은 혹성에 도착해서
그 힘의 한 자락을 통해 내 눈꺼풀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야릇한 감동이 나를 감쌌다.
우주의 섭리는 나의 눈꺼풀 하나조차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그래서, 제가 별자리를 좋아하는 거죠.
‘처녀자리가 사랑한다는 것’에서 전 제가 지금을 살며 만나는 사람들과, 만나며 살았던 사람들과, 만나며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잔뜩 긴장하며 살던 처녀자리 여성이 조금씩 마음을 풀고 타인을 받아들이며, 자신 역시 타인에게 뻗어나가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최근에 저희 <연예 다반사>에 새로 부임한 편집장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하, 정말 이 남자, 이 사람이, 이 ◯◯가……. (◯◯에 어떤 단어를 넣을지는 여러분 자유입니다!) 아무튼 새 편집장이 오신 후로 제 일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네요. 저는… 편집장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아, 잠깐만요! ‘처녀자리가 사랑한다는 것’에 나오는 이야기는 저만의 비밀이니까요, 꼭 여러분만 알고 계셔야 해요!(찡긋)
※ 이 연재에 등장하는 인물과 에피소드는 실제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줄거리
처녀자리의 달에 태어난 ‘미미’ 에디터는 신생 온라인 연예 가십 매체 <연예 다반사>의 에디터이다. ‘별자리 운세’와 연예인 가십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미미는 어느 날, 의미심장한 뉴스를 접한다. 바로 570광년 떨어져 있는 처녀자리 성좌 중 한 항성이 대폭발한 것!
처녀자리인 미미 에디터의 일상에도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다. 잘 운영되던 회사가 휘청되고, 결혼을 약속한 애인은 연락이 뜸해지는데…. 처녀자리 항성 폭발은, 뉴스가 말하는 대로 지구 멸망의 전조일까? 각 별자리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본격 우주 대통합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 등장인물 -
미미 에디터
9월 12일에 태어난 처녀자리 에디터. 다른 사람에게는 그리 관심 없는 비사교적 에디터이다. 일에만 파묻혀 사생활은 점점 빈곤해지는 그녀. 연예 매체 <연예 다반사>에서 ‘별자리 운세’ 코너와 연예인 가십 기사를 쓰며 지낸다. 억지로 사람들을 만나며 웃는 일상에 지쳐가는 그녀. 그러던 어느 날, 쌍둥이자리였던 애인에게 차인 분노를 못 참아 사고를 친다. 한편, <연예 다반사>의 새 편집장으로 뉴욕 출신 싱글남 TJ 편집장이 부임하며 그녀의 일상이 다시 한 번 떠들썩해지는데….
TJ 편집장
5월 25일 생 쌍둥이자리 편집장. 스타일 좋고, 다방면에 두루 박식하며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매력 때문에 이성에게 인기가 많다. 대학 시절에는 모델로 활동하며 번 돈으로 등록금을 해결했을 정도로 외모가 출중하다. 뉴욕에서 연예 매체 <ALL STAR> 지를 창간해, 할리우드 스타들이 앞 다투어 인터뷰하고 싶은 매체가 됐다. 뉴욕에서 성공한 아시아인으로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연예 다반사>에 미미 에디터가 쓴 별자리 운세를 접한다. 그러던 중, 석연치 않은 이유로 그에게 해고의 그림자가 드리우는데….
찰리 조 에디터
1월 6일에 태어난 염소자리 에디터. <연예 다반사> 창립 멤버이다. 미미 에디터의 후배로, 상냥하고 부지런하며 책임감 있는 태도 덕분에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다. 일본에서 유학했으며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구파. 하지만 술을 마시면 거친 남자로 돌변한다. 미미 에디터가 애인과 헤어진 후 벌인 사건으로 곤경에 처하자, 미미 에디터를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데….
- 1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