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면허프로젝트(9)by위씨아자씨

알흠다움에 대하여

by Damien 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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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병 사태 이후, 우리 집 풍경은 사실 그다지 달라진게 없다. 그 전에도 '우리 집 댁 내 사모님과 딸내미'는 자주 나가 돌아다니지 않는 성품이었다.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가끔씩 문제가 되는 건 오로지 나뿐이다. 출퇴근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가끔씩 저녁도 조심해서 사람없는 식당에서 먹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난 바로 '댁내 사모님'의 명에 따라 '자가격리'에 처해진다.


이 밀접한 가족관계 내에서도 '바이러스는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파를 시키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의 증폭이다.


머. '불안은 영혼을 잠식시킨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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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생 전에는 한 동안 출장만 다녔다. 거의 일년에 반 정도를 미국, 독일, 영국, 스페인, 인도, 중국 등에 나가 살았다. 가장 최근에는 인도 5개 도시에 약 3주간을 머물렀다. 당시 한국은 위험했고, 인도는 확진자 3명이었다. 돌아온 뒤 강제적으로 출장이 없어지면서 회사에서는 문제가 많이(?) 생기고 있지만, 솔직히 그 동안 자주 하지 못했던 몇 가지의 활동들이 생기고 있다.

'댁 내 사모님과 딸내미'와의 요즘 주말은 다채롭다. 이케아에 가서 '현관 발판을 사다가, 옥상 바닥에 깔기'도 하고, 천국으로 간 우리 귀여웠던 레이 사진을 추모용으로 벽에 붙히기도 하며, 마스크로 무장한 딸내미와 동네 골목길 산책을 하기도 한다. 맑아진 날씨와 한산한 거리와 골목길을 걸어다니는 즐거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빈 상가 건물을 보면 그들의 아픔이 느껴진다'. 모두들 잘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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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화려한 즐거움은 아니지만, 요즘 '댁 내 사모님과 함께 다시보는 응답하라 1988'도 큰 즐거움이다. 꼭 나 어릴 적 우리 어머니를 보는 듯한 장면, 동네 쓰레기통의 모습, 내가 쓰던 연필깍이, 목폴라 등 모든 소품과 장면이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정릉의 산동네를 연상시킨다.


아름다움이란 엄청나게 멋진 풍경이나, 초절정 미녀,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하는 관광명소. 이런게 아니라 '소중한 이들과 함께 겪어온 기억이 잘 보존된 과거의 장면들이나, 지금 소소하지만 같이 보는 기억에 남을 장면들이 난 '알흠답다'고 생각한다.


대출금을 다 갚았다고 즐거워 하는 딸내미
먼저 간 그녀의 이름은 레이첼


461918DB-ABE3-4A99-A3AF-228067EBB64F.jpeg 일요일 오전에 딸내미와 동네 산책하기


지난 주를 마감하면서, 이번 주를 시작하면서 할일도 많고 부담도 많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모두의 삶이 조금만 덜 퍽퍽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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