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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Jun 22. 2023

실리콘밸리 업무능력 평가

매니저랑 1대 1로 무슨 얘길 할까?

실리콘밸리에서는 직원의 업무능력 평가를 어떻게 할까? 물론 회사마다 또 부서마다 어떻게 업무능력 평가를 하는지는 다르다. 우리 회사에서도 처음 3년 동안에는 매니저가 싫은 소리 안 하면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즉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식의 업무평가가 다였다. 그래서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지 또는 내가 그냥 중간쯤 하고 있는지가 항상 궁금했었다.


그러다가 직원들이 점차 늘어나고 이런 식의 업무능력 평가로는 100명이 넘는 엔지니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없게 되는 때가 왔다. 지금의 2주에 한번 30분씩 매니저와 하는 업무능력 상담과 평가가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매니저와의 상담을 통해 나는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잘하고 있는지, 또는 내 팀원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는 승진은 얼마나 가까이 또는 멀리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의 업무능력 평가 또는 매니저와의 1:1 면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업무평가를 할 때 매니저의 의견 말고 어떤 다른 요인들이 들어갈까?

매니저와의 1대 1 상담 스케줄

 

팀의 구조

먼저 업무능력 평가에 들어가기 전에 팀의 구조에 관해서 잠시 설명하겠다. 물론 회사마다 명칭도 약간 다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관리하느냐에 차이는 있지만 실리콘밸리의 거의 모든 회사가 비슷한 구조들을 가지고 있다.

엔지니어 팀과 각각의 상품 팀

CTO - 최고 경영자 중 한 명. CTO는 엔지니어, SRE(Site Reliability Engineer), Data Management, DevOps부서 등의 기술부서들의 최고 경영자이다

Director - 각 부서의 최고 결정자로 매니저들을 관리한다

Manager - Director에게 보고를 하며, 여러 명의 직원등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이다

Tech Lead - 직원을 관리하지는 않지만 Product팀 안에서 전체적인 기술 관련 사항을 리드한다

위에서 보듯이 엔지니어링 부서에 속한 엔지니어들은 엔지니어부서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또 각자의 Product팀에 속해있다. 예를 들면 Google 안에서 hangouts, map 등이 Product팀으로 간주된다. 이렇게 다른 Product팀에서 일하지만 내가 업무능력평가를 받을 때는 엔지니어링팀에 있는 내 매니저와 상담을 하는 구조다.


관리자들, Director, Manager and CTO 등을 매니지먼트라 칭하고, 다른 직원을 관리하지 않는 사람들을 Individual Contributors(IC)라고 한다. 이런 분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주 쓰는 말이다. 보통 엔지니어로 경력이 쌓이게 되면 본인이 Management로 가던지 아니면 IC로 남을 건지를 결정해야 한다. 참고로 실리콘밸리에서는 매니저가 되어야만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기술이 탄탄한 엔지니어들은 매니지먼트로 가기보다는 IC로 남기를 희망한다. 매니지먼트로 들어간다고 해서 더 많은 돈을 받거나 더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커리어 선택분야라고 여긴다.


1:1의 내용

도대체 2주에 한 번씩 만나는 매니저랑은 30분 동안 무슨 얘기를 나눌까? 물론 이것도 회사마다 팀마다 다를 수 있다. 내 매니저가 나와 같은 상품팀에 일하지 않는 경우에 매니저가 내가 뭘 하는지 또는 잘하는지 알까?라는 궁금증이 들 때도 있다.


실제로 바쁜 매니저들은 한 사람 한 사람 자기가 관리하는 직원의 성과를 모를 수도 있다. 이런 매니저는 좋은 매니저가 아니다. 이런 매니저와는 항상 내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기 홍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승진의 자리를 놓칠 때도 있고 본인이 필요한 지원을 매니저에게서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 말은 좋은 매니저와 일하는 직원들은 승진의 기회도 많고,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무심하고 남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매니저 밑에서는 빛을 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좋은 매니저는 기술이 뛰어날 필요는 없지만 항상 본인이 관리하는 직원들이 최소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또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뭐 필요하면 나한테 말하겠지.. 하는 태도는 자기주장을 잘 못하는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이 많은 경우에 세심한 관리가 더 필요하다.


Julia Evans가 만든 1:1 동안 뭘 얘기하나?

프로젝트에 관한 본인의 생각 - 나에게 맞는 일인가? 혹시 프로젝트가 본인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매니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힘든 일들. 꼭 엔지니어링과 관련될 필요는 없다. 가령 우리 팀에서 마케팅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자꾸 바뀌는 마케팅 방향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

팀원에 대한 칭찬 또는 지적 - 지금 우리 팀에 있는 신입사원이 일을 잘 못한다. 이런 피드백은 매니저에게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 과 잘 못하는 것들 - 예를 들어 나는 일을 끝냈는데 다른 직원들이 내가 하는 일의 방향에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승진 - 승진할 만큼 내가 결과를 내고 있나?

팀원들의 의견 - 혹시 다른 팀원들이 나에게 불만이 있거나 내가 고쳐야 할 점을 말하지 않나?

지원 - 나는 지금 ㅇㅇ 코스를 듣고 싶다. 회사에서 지원이 가능한가? 또는 ㅇㅇ 콘퍼런스에 가고 싶은 데 가도 되나?

이직 - 지금 있는 팀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동이 가능한가?

일의 정도 - 우리 팀에 사람이 부족한 것 같다. 지금 너무 일이 많다

실리콘밸리에서 매니저의 성과는 본인이 관리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본인이 기술력도 탄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본인이 관리하는 직원이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이 직원에 대해 오랫동안 조치가 내려지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면 매니저로써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좋은 매니저란?

좋은 매니저는 찾기도 힘들고 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회사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좋은 매니저가 필수다. 기술적으로 모든 것을 잘 아는 사람만 되어서도 안되고 본인이 관리하는 직원들에게만 좋은 점수를 받아서도 안된다. 매니저는 회사 내에서 여러 가지 측면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매니저의 자리가 힘들고 좋은 매니저를 찾기가 힘들다. 또 회사에서 매니저의 일을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일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가령 어떤 회사는 "매니저"는 관리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면, 본인이 관리하는 직원들의 성과로 매니저의 점수가 100% 매겨진다. 또 어떤 회사에서 매니저는 50:50 즉 엔지니어로써 해야 하는 일도 있고 또 관리해야 하는 직원들도 있다. 이런 경우 어느 한쪽도 실패해서는 안된다. 또 어떤 회사의 매니저는 5명만 관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곳의 매니저는 관리하는 직원이 20명이 된다. 이렇게 많은 직원을 관리하고 있는 경우 2주에 한 번씩 30분 동안 하는 1:1은 꿈도 못 꾼다. 한 달에 1번 만나기도 힘들고 어떤 직원이 무슨 팀에서 일하고 있는지도 알기 힘들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매니저의 일도 다양하게 바뀔 수 있고 그만큼 회사에서 갖는 기대감도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간략히 정리하면, 좋은 매니저들이란

직원들이 믿고 힘든 일을 말할 수 있는 사람

최대한 정확한 방향을 지시하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한 공정성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는 사람

직원들의 시간을 존중하고 또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어려운 말(특히 성과가 낮은 직원들에게 해야 하는 말)을 돌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일을 처리하고 못하면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내 경험으로는 최고의 매니저들이다. 앞서서 말했지만 이런 사람들 정말 찾기 힘들다.

이런 매니저가 있으려면 매니저의 매니저, 즉, 최고 경영자들이 좋은 본보기를 보여 주어야 하고 바람직한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바람직한 기업문화

기업문화는 책을 몇 권을 써도 될 정도로 큰 주제이다. 우리가 보통 얼마나 공정하게 회사가 직원들을 대하려 노력하고 얼마나 직원들이 만족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는가에 8할은 기업문화에 있다. 아무리 똑똑하고 실력 있는 경영자들이 많은 회사도 매니지먼트가 계속해서 기업문화를 흐리면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매니지먼트를 믿지 못하게 된다. 이럴 경우 아무리 많은 시간을 1:1에 소비하고 돈을 많이 줘도 직원들을 오래 붙잡기가 힘들고 또 직원들도 그런 회사에서 오래 있기를 희망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이런 바람직한 기업문화를 만드나?


가끔 내가 다른 데서 내 매니저 자랑을 할 때면 어떻게 그런 좋은 매니저를 어떻게 구했나?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좋은 사람들이 회사에 많다는 말은 즉 좋은 사람을 잘 뽑는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엔 그렇지 않다. 우리 회사가 특별히 일 잘하는 사람들을 뽑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기업문화가 좋으니까 사람들이 좋게 변하는 것 같다. 최소한 일하는 8 시간 동안은 다들 남들에게 좋은 직장 동료, 팀 멤버 그리고 상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왜? 좋은 사람이 아니면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매니저는 항상 옳은 결정을 하려고 노력하고, 프로젝트를 실패해도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다른 팀을 험담하거나 실패의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다른 직원들도 다 본받고 따르게 돼있다. 이런 문화를 따르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기업문화는 큰 주제임으로 여기서는 크게 다루지 않겠으나 오랜 시간을 써서 완벽한 사람을 찾는데 집중하는 것보다는 기업문화를 좋은 쪽으로 이끌어가는데 기업은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업무능력평가 자료들

업무능력평가에 있어서 물론 매니저가 보는 본인의 점수가 가장 큰 자료가 되겠으나 다른 중요한 지표도 여럿 있다. 특히 많은 사람을 관리하는 매니저의 경우에는 이런 지표에 많이 의존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Peer Review - 이것은 팀원들이 보는 나의 능력평가이다. 아무리 내가 또는 매니저가 생각할 때 잘하고 있더라도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팀원들이 많다면 이 사람 평가 잘 받기 힘들다. 다른 말로 하자면, 성과가 좀 낮은 직원이라도 다른 팀원들이 이 직원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입을 모으면 평가 점수가 올라간다.

My Review - 나도 나 자신에 대해 공식적으로 능력평가서를 작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왜 이번에 내가 승진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 내가 이유를 제출하는 것이다. 이런 본인의 평가서를 처음에 쓸 때 낯 뜨거워서 잘 못 쓰겠더니 이제는 익숙해졌다. 내가 잘한 것을 나열한다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얼마동안 했고, 그것을 한 후에 ㅇㅇ가 달라졌다. 반대로 내가 한 일이 잘 안 되었으면, ㅇㅇ 이유로 잘 되지 않았고 앞으로는 ㅇㅇ를 통해 개선하겠다.라는 서술식으로 쓰면 된다.

Performance Improvement Plan(PIP) - 직장 다니면서 가장 무서워하는 단어다. PIP을 받았다(He/She got the PIP)은 공식적으로 회사가 나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으며, 내가 PIP에서 말한 항목에 발전을 보이지 않으면 곧 퇴사당할 수 있다는 마지막 경고다.


PIP을 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본인의 업무를 발전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다른 직장을 찾거나 아니면 퇴사공고를 받기 전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더 많다. 이만큼 PIP이 무서운 것이다. 경고라기보다는 거의 퇴사당하기 직전에 회사가 회사의 도리를 다하고 직원을 도와주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증거자료라고 보는 편이 낳다. 물론 회사의 분위기마다 다르지만 실제적으로 PIP을 받고 재도약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PIP을 받기 전에 몇 번의 경고가 나간다. 말로든 글로든. 어떤 매니저도 자기 직원에게 해고통보를 보내고 싶지 않아 한다. 이것은 회사 측으로 봐서도 마지막 카드다.


업무능력평가는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실리콘밸리가 위치해 있는 캘리포니아 주는  “At-Will” State이다. 즉, 해고 시 특별한 이유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주다. 물론 법에 저촉되는 차별이나 노동법에 어긋나는 일은 당연히 안되지만 회사는 언제나 직원을 아무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다. 그래서 업무능력평가가 그나마 직원에게 있어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또는 퇴사의 위험이 없는지의 지표가 될 수 도 있겠다.


실리콘밸리는 항상 즐겁고 좋은 일만 있는 것 같지만 이런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대문사진은 Photo by LinkedIn Sales Solution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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