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 이상주의 & 유토피아
이상주의 & 유토피아
도덕적·사회적 이상의 실현. 그러한 태도. 또는 현실적 가능성을 무시하고 공상적이며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믿는 광신적인 태도. 그러한 경향. 현실주의가 구체적이고 객관적 타협이라면 이상주의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다. 개개인의 주관은 다르기에... 그렇다. 유토피아는 존재할 수 없다.
라고 하지만, '아니야. 그렇지 않을 거야. 있겠지! 방법은 있을 거야.'라며 존재하지 않는 가능성을 찾는다. 이상주의자가 안된다는 것을 정말로 인정하는 순간은 회사를 떠나는 것. '그래? 알겠어. 회사가 정 그렇다면... 난 떠날게.' 그리고 또다시 이상을 찾아 정처 없이 헤맨다. 없다는 걸 알면서... 멍청이.
우리 모두 이상을 바라긴 하지
그렇다면 조직의 구성원 중 이상주의자는 불필요한 사람인가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우린 모두 현실과 이상 그 어딘가에 접점을 두고 살아간다. 모두가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지만 각자의 도화지를 들쳐보면 나의 이상과 상대의 이상은 철저히 다를 것이고, 틀린 게 아닌 다름을 알면 서로 양보하여 현실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현실과 타협한다고 하지만 실은 상대의 이상과 타협한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자신이 현실주의냐 이상주의냐에 따라 타협 이후 특정 태도를 취하게 되는데, 현실주의자는 더 이상 불필요한 것에 에너지를 쏟기 싫어하여 점차 말이 없어지고 차가워진다. 현실이란 거대한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불평불만이 쌓여도 수긍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든다. 구성원이 볼 때 답답하고 목표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안 되는 것을 알고 인정하며 수긍하는 건 좀처럼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현실주의자는 사회적이고 똑똑하며 강하다.
반면 이상주의는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찾아 역류하는 연어처럼 현실과 부딪힌다. '이게 왜 안돼?', '이것만 바꾸면 되는데?', '모두가 편해질 수 있는 선택인데 대체 왜?' 역류하는 물에 휩쓸리기도 하며 좌절하기도 하지만 피가 나고 살이 깎여 나갈지언정 성취감에 온몸을 던진다. 개인의 이득을 위한다기보다 같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상주의자는 진취적이고 건설적이며 이타적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남들도 똑같이 생각할 거라 크나큰 오해를 한 채...
꿈은 너 혼자 꿔
이상적인 새끼들은 어딘가 미친놈인 것 같다. 그깟 성취감? 그게 뭐라고. 좋은 게 좋은 거? 안다. 바꿀 수 있으면 바꿔야지. 안다. 하지만 난 지금도 편한데?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야 하나? 너의 이상은 알지만 나도 꿈꾸는 이상이 있고 그곳에 도달하고자 난 내 방법대로 할게. 너의 말에 100% 공감하지만 딱 거기까지야.
스타트업에 다닐 때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 우린 모두 젊었다. 딱히 잃을 것도 없었기에 쌓아 올리기만 했다. 스타트업인 만큼 사고들도 유연했다.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모두가 같은 이상을 바라봤다. 최종 도착지는 한마음 한뜻의 장소였다. 그렇게 믿었다. 좋지 않은 비즈니스 방향을 바꾸고자 회의 자리에서 건설적인 대화를 하는 도중 회사에 대해 비평을 했다. 상대와 뜻이 맞지 않았고 언성은 높아졌다. 쌓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모두가 원하는 방향이라 소리쳤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대체... 너네들 뭐야?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얼굴은 빨개지고 배신감이란 감정까지 들었다. 회의실을 박차고 나와 팀장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팀장님, 뭐하시는 거예요? 왜 가만히 있어요? 맞잖아요.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왜 그랬어요?'
- '다 맞는 말 했어요. 틀린 말 하나 없어요. 근데 빽지님, 난 이걸 당장 부딪혀가며 바꾸고 싶지 않아요. 넌 섣불렀어.'
마라톤이라고 생각했다. 정해진 코스로만 골인점에 도달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냥 각자의 달리기였다. 골인점은 같지만 어디로 가도 상관없는. 이상은 같아도 내 길을 남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몹시 매우 뼈저리게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꿈 얘기는 조심히
현실적인 대화는 구체적이고 해결점이 보인다면, 이상적인 대화는 추상적이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결말이 다르다. 이상적인 목표는 차근차근 조심히 오래 보고 다뤄야 한다.
만약 당신이 조직에서 아랫사람의 위치라면 깨부술 수 있는 현실의 벽은 해결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윗사람에게 제안해보자. 아랫사람이 자주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싫다고는 말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 해결점을 말하지 않는다. 해결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남에게 대신해 달라고 하지 말고 직접 제시해달라. 그리고 충분히 기다리며 자주 이야기해라. 윗사람은 농익으면서 현실적으로 고착화된 경우가 많다. 삶은 달걀을 적당한 힘으로 깨서 틈을 만들고 껍질을 벗겨야 먹을 수 있지, '아!!! 싫어요!!!!'라고 하면 으깨져서 먹을 수 없거나 껍질과 함께 잡수셔야 한다.
만약 당신이 조직에서 윗사람의 위치라면 구성원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 목표로 하는 가치를 공유하자. 핵심은 공유만이다.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자. 그리고 본인이 스스로 그 가치를 이루어내기 위해 솔선수범 행동해야 한다. 꼭 말만 해놓고 행동을 안 하는데 구성원의 성취감을 갉아먹는 짓이니 제발 좀 움직여라. 그러면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보고 느끼며 당신을 따라가기 위해 그들도 움직일 것이다. 명심할 건 모든 구성원을 한 배에 태울 순 없다. 그 모습이 싫은 조직원은 알아서 나갈 거니까 빠이빠이. 굿럭.
이상주의자들의 지향점. 숲을 볼 줄 아는 시야. 적극적이며 진취적이고 건설적인 마인드. 닮고 싶고 멋지지만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한낱 판타지 소설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