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척인 새끼

7장 : 실루엣의 법칙

by 빽지
실루엣의 법칙

"나 OOO 때문에 할 말이 있는데.."

- "뭔데?"

"아니야. 다음에 이야기할게"

-('무슨 일이지? 자세히는 몰라도 OOO이 많이 신경 쓰이나 보네')

자신의 전부를 오픈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은 일부만 드러내어 기대감을 가지게 하거나 그것을 신뢰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인 실루엣의 법칙.


혹시, 회사에 꼭 머물러야 하는 계약된 시간 중,

[1] 허구한 날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을 만나 보았는가?

[2] 만나 봤다면 진짜로 그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야근이 많은가?

[3] 야근이 많다면 정말 다 '일' 때문인가?


1번은 상대의 말을 듣고 믿을 수 있다. 2번은 회사에 남아 있는 시간을 보고 믿을 수 있다. 3번은 직접 팩트를 체크해야 되는 문제라서 믿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팩트를 체크하기에는 '굳이... 왜? 남이 바쁜 건데 나랑은 무슨 상관이야? 바쁘다는데 진짜 바쁘겠지~' 얼렁뚱땅 넘어간다. 의도대로 [바쁜 사람]이 되었다. 성공.


바쁘신 존재 vs 바쁜척인 새끼

"같은 팀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회사에서 엄~청 바쁘다고 들었어요."라고 소문난 사람이 모든 회사에 한 명쯤은 있을 텐데, 우리는 업무 시간 중 정말 바쁜 사람과 척인 사람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손절 각을 잡아보자.


[바쁘신 존재] : "Just my job."

바쁘다는 건 바꾸어 말하면 일에 대해 욕심을 부리고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애초에 욕심과 책임이 없으면 바쁠 수가 없다. 이런 신념이 있기에 구성원들의 바쁨의 정도 다르다 한들 굳이 바쁜 것을 티 내지 않는다. '어차피 다 같이 바쁜 거고 나만 일하는 거 아니니까' 안에서도 이러신 분들이 어디 다른 부서에 가서 바쁘다는 소리를 하겠는가. 그 여유조차 사치이며 불필요한 행동이다.


이들은 3자에게 소문이 퍼지지 않는다. "바쁘다고 들었어요"가 아니라 이미 바쁜 것을 잘 알고 있다.


[바쁜척인 새끼] : "I'm just busy."

이 새끼들은 어디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바쁜 티를 팍! 팍! 낸다. 팀원들 심지어 타 부서 사람들에게도 바쁘다는 뉘앙스를 있는 대로 없는 대로 풍기고 다니는데, 무슨 세상 일 혼자 다 하고 있는 사람 같다. 하지만 결코 이해관계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들통나니까 바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거리감이 있다면 남의 일도 자신이 한 것이라고 한다. 배우 황정민이 숟가락을 얹힌 거뿐이라면, 이 새끼들은 '숟가락도 내가 줬어!'라고 한다. 바쁘신 존재들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하자.


얘네는 꿈이 커

바쁜척인 새끼들은 생각보다 비상하다. 이들의 무대는 팀이 아닌 회사 전체다. 회사에서 바쁜 사람이 되어 향후 입지를 딴딴히 하고 싶어 한다. 직원을 평가하거나 연봉협상을 할 때 팩트를 하나하나 따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타인의 인지부조화 상태를 이용한다.


일을 마치고 일찍 가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게 아닌, 야근을 하면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잘 이용하고 있다. 바쁜척은 정말 똘똘한 정치 중 하나라고 본다. (짝짝짝)


잡았다 요놈!

작게는 팀 단위부터 구성원을 이끌고 관리하는 입장이라면! 친하다고 회사 돈으로 연봉 넣어줄 생각 말고 구성원을 냉철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바쁜척인 새끼들의 처세술에 가려져 정말 본인에게 득이 될 원석 발굴 기회를 놓치지 말자.


1. 간접 확인

구성원과 업무적으로 가깝다면 누가 바쁘고 바쁜척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지만, 관리하는 입장인 사람 중에 솔.직.히. 실무를 전선에서 이끌어가는 리더 타입은 흔하지 않다. 따라서 그가 정말 바쁘신 존재인지 바쁜척인 새끼인지 알고 싶다면 절대 당사자에게 물어보지 말고 그와 업무적으로 이해관계가 가장 가까운 팀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 일 누가 하고 있니? 같이하고 있니? 넌 어느 역할이고 걘 어느 역할이니? 가이드는 줬니? 그냥 알아서 하고 있니?" 그 팀원의 말이 가장 정확한 답이 될 것.



2. 직접 확인

시간이 있다면 그 업무에 투입해 보자. 시간이 안된다면 일일 업무보고를 받아 보자. 간접 사실을 알게 된 후이기에 누가 거짓 행동을 하는지 충격받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일찍 일을 마치고 들어간 구성원이 일을 잘하는 것이었고, 맨날 야근을 자처하던 바쁜척인 새끼는 업무 시간에 놀았음이 드러난다. '이런, 내가 눈 뜬 장님이었구나..'


3. 확인 사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당신만 바쁜 거 아니니까 이젠 그 언행을 멈춰 달라고 말하자. 99.9% 핑계나 억울함을 호소할 것이다. 회사를 상대로 일궈 놓은 이미지를 망치기 싫어할 것이다. 손절 각.


바쁜척에 당하지 말자
바쁘신 존재들에게 보이는 범접 금지 아우라

정말 바쁜 사람들은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들에겐 책임과 욕심이 있기 때문에 '아쒸 괜히 건드렸다가 X될 거 같은데..?' 하는 살기 같은 게 느껴진다. 그래서 굳이 '바쁘니?'라고 말 걸지 않는다.


바쁜척인 새끼들도 어느 정도 짬밥이 있는 사람들 눈에는 보이긴 한다. 그래서 괜히 '바쁘니?'라고 찔러본다. 그럼 항상 대답은 '네 바빠요.'


굳이 남 바쁜지 아닌지 알 필요 뭐 있겠냐만은 바로 옆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의 처세술이라고 생각해보자. 왜 항상 요~상하게 저평가 당했는지 드러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