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 가스등(Gaslight) 효과
가스등(Gaslight) 효과
상대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의 행동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현상이다.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한 번은 들어봤을 그 말, "뭐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본론만 말해" 상대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라지만 사실은 동의나 공감을 얻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사족.
상대적 최근 TMI, TMT 문화 때문에 눈치가 보여 상대와 짧은 대화만 하게 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사족은 공사 막론하고 지적이고 생산성 있는 대화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녀석이다. 하지만 대화의 주제가 삼천포로 빠질 수 있기에 항상 조심히 다뤄야 하다. 직장에서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사족을 달면 팀 분위기를 망치거나 진행하는 일의 방향을 잃을 수 있다.
사족이 많아지면 목적을 잃는다.
특정 일을 착수할 때 그것을 하는 이유와 목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오더를 받았을 수도 혹은 직접 의미를 두었을 수도 있다. 목적을 갖는다는 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항해를 마치는 종착지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은 끝내라고 있는 것인데 목적이 없으면 영원히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절대 쉬울 리 없다는 것. 항상 잡생각이 문제다. 광고주를 포함해 광고대행사 사람들도 니즈 충족의 이유로 가장 많이 실수하는 유형이 바로 사족이다. 이들은 여백의 공포 때문인지 빈 공간이 보이면 뭐라도 쑤셔 넣는다. 할 말이 많아지다 보니 프로젝트의 목적이 상실되거나 활용하는 매체의 특징을 잃는 경우도 많다. SNS라는 매체를 홈페이지처럼 운영하기도 하고 잠깐 호기심에 배너를 클릭해 프로모션 페이지로 들어온 고객에게 어려운 용어로 된 두꺼운 책을 들이민다. 언제 다시 할지도 모르고 비용도 드니까 이왕 하는 거 다 때려 넣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알겠지만 효율이 안 나오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목적이 채널 구독이라고 하자. 가장 심플하고 많은 참여를 유발하려면 목적에 맞는 미션만 제공하면 된다. 좋은 경품은 덤. 하지만 그럴 리 없지. '친구를 태그 해라', '게시물을 공유해라', '응원 댓글을 달아달라' 심지어 해당 서비스에 따라 '앱을 설치해라', '영상을 확인해라' 그래 놓고 경품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면 우리 같은 일반인은 이벤트 참여에 공들이는 시간을 기회비용으로 생각해 참여하지 않는다. 채리피커라고 하는 이벤트 헌터들만 몰리는 이유다.
광고기획자, 나만의 사족 줄이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때 겹치는 포지션에 한해 5명 내 최소 정예 멤버만 TFT를 구성한다.
머릿수는 항상 홀수로: 의견 충돌 상황 대비.
목적과 목표 주입 : 나아갈 방향인데 사실 얼른 끝내고 싶어서.
노 땡큐 : 들어는 보되 목적에 맞지 않는 이야기는 철저히 배제한다. 같은 목적을 바라봐도 서로의 생각이 조금은 다를 수 있어 삐져나온 노이즈를 잡아준다.
사적 대화 회피 : 담배를 피운다던지, 커피를 마신다던지 사적인 상황에서 상대에게 A보다는 B가 맞지 않냐며 의문을 품고 동의를 바라는 경우가 허다하게 일어난다. 모두가 한 길을 바라봐야 하는데 도착지만 같고 새 길이 뚫린 상황이다. 당연히 그 길로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 파가 나뉜 최악의 경우다. 의문이 있으면 회의하는 자리에서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상황을 종식시켜야 한다.
PM의 역할 : PM은 프로젝트를 이끌고 가는 사람이지, 지시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팀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사람이지, 의견을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정권을 갖되 항상 민주주의로.
프로들을 믿어주세요.
목적과 다른 사족을 달지 않으려면 함께 하는 동료 또는 협력사의 말을 신뢰해야 한다. 수술하는 의사에게 길게 째라, 짧게 째라 말하지 않는다.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의견을 공유할 때이지, 이미 머릿속에 구현해 놓은 사족이 아니다.
굳이 사족을 달고 싶고 상대가 나의 의견을 100% 수용하기 원한다면 시키지 마시고 직접 그 일을 하시면 된다. 기획자가 불필요한 단락을 빼는 것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디자이너가 여백을 두는 것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개발자가 안된다고 하는 것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