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 새끼

5장 : 뿔(horn) & 애쉬(Asch) 효과

by 빽지
뿔(horn) & 애쉬(Asch) 효과

한 사람을 평가하는데 하나의 부정적인 특징을 전체적인 인상으로 일반화하는 경향을 '뿔' 효과라고 하며, 틀린 이야기라도 주변에서 맞다고 하면 집단에 이끌려 개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애쉬' 효과라고 한다.


직장 생활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고 보는데, 3자에게 A의 안 좋은 점만을 이야기하면 그들은 정확한 비교나 판단 없이 동화되어 A를 좋지 않게 생각한다. A와 친한 사람이 아니라면 정치를 하는 사람의 말이 A의 첫 정보이기 때문에 무관심 속에 낙인을 찍어 믿기 마련이다. ("A라고 있는데 일을 너무 못해~" "아, 그래요? 힘드시겠어요." = A는 일 못하는 사람) 그래서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특정인의 정보를 흘린다.


사내 정치?

그런데, 사내 정치란 무엇일까? 꼭 거짓되거나 사실의 정보를 흘려 누군가를 폄하하는 살벌한 경우만 사내 정치는 아닌 것 같다. 정치라는 단어가 주는 좋지 않은 생각이 지배적이라 그렇지, 순기능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때문에 사내 정치라는 도구는 누군가를 깎아내리기 위해 처단의 칼이라기보다, 오히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방패와 세력을 지키기 위한 요새가 아닐까.


라인을 만들기 위해 떡잎부터 세력을 만드는 사원, 회사 또는 특정인 뒷담이란 맛있는 술안주로 뭉친 퇴사자와 현직자, 팀원이 공을 세우면 다 가져가는 팀장, 실적은 없으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위해 팀과 팀장을 욕하는 팀원 등, 좋은 이유든 안 좋은 목적이든 서로가 오만가지 상황 속에서 정치를 하고 정치를 당한다. 이해관계가 얽힌 직장에서 당신이 아웃사이더를 자초해도 지켜보는 누군가는 당신을 자신의 세력으로 생각하고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내 정치는 윗사람만 행할 수 있는 권력 같은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관계의 도구다.


사내 정치는 나쁜 것?

자신에게 득이 되는 상황이나 상호 관계에서 정치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겼는데 굳이 나쁜 것이다란 생각이 지배적인 단어를 입에 담을 필요도 없고, 자신에게는 항상 합리적이고 그럴만한 마땅한 선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술자리에서 팀원을 동조시키기 위해 팀장을 욕하는 당신은 본인 스스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치란 말이 꼭 상대방의 입에서만 나오는 이유다.


이해관계가 얽힌 직장에서 모두가 같은 배에 타지 않기에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면, 반대로 누군가는 나쁜 일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온전히 선의의 경쟁으로만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인지 아니면,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잡음을 섞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 그럼, 좋은 일이 생긴 당신에게 사내 정치는 나쁜 것일까?


만연한 사내 정치

같은 팀인데도 각자가 하는 일이 공유가 되지 않아서, 서로의 하루 일과를 외부와 주고받는 메일로만 확인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던 때가 있었다. 업무 확인을 위해 태스크를 쓰자고 제안했고, 처음에는 잘 작동되나 싶었으나 며칠을 못 가고 여백의 공포를 이기지 못해 업무 내용을 장황하게 치장하는 사람도 생기고,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배분하고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했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이 한 일로 꾸미는 사람도 생겼다. 결국, 이 사실을 이사님께 알리고 태스크를 폐쇄했다. 업무 작성을 나노 단위로 분리한 직원은 자신이 바쁜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남의 공을 가로채는 직원은 자신이 주도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시작 전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으나 남을 감시할 의도로 사용한 변질된 나까지. 그때는 각자가 자신만 합리화하며 몰랐겠지만, 모두가 태스크를 본래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 돋보이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내 정치는 어느 컴컴한 구석에서 은밀하고 위대하게 행해지는 어두운 그림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로 얽힌 공적 관계에서 사적인 대화 한마디, 팀원끼리 으쌰으쌰하는 건전한 의도의 세력 움직임도 지켜보는 3자와 심지어 동의를 얻은 직접적인 대상에게 사내 정치의 일환일 수 있다. 시샘과 질투라는 감정이 있는 한.


처신부터

다른 여럿 자극적이거나 공감을 유도하는 사내 정치글처럼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경험담을 이야기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정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며, 실은 우리 모두가 자신을 합리화하며 자각하지 못한 채 아니, 자각하면 가해자가 되니까 외면한 채 정치라는 도구를 충분히 잘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를 이용해 나에게 득이 되는 행동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누구보다 과감히 꼬리를 자르지 않는가. 내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 그 또한 누군가의 공감을 얻기 위한 정치겠지? 그 정도로 정치란 단어를 이분법으로 사람을 나누는 꼰대라는 단어처럼 너무 쉽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하는 행동은 합리적이고, 남이 하는 행동은 정치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하지 않을까. 빼앗기는 건 정치고, 빼앗는 건 합리적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하지 않을까. 가만히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건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