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 Theory)
유리창처럼 사소한 것이라도 방치해두면 나중에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무려 '범죄' 심리학 이론이다. 쓰레기를 방치해두면 그 장소가 쓰레기장으로 변질되며, 나아가 절도나 강도 같은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은 행동 하나가 그곳을 무법천지로 만들 수 있음을 뜻한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 사소한 것 하나 내부 관리를 잘못하면 기본이 아니던 것이 기본으로 변질되고, 팀에서 나아가 그 회사의 문화이자 썩은 근본으로 자리 잡게 된다. 본인 편하고자 안일하고 이기적으로 대했던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썩은 환경을 만든다. 제대로 배운 적 없는 직원이 왜 제대로 알려준 적 없는 상사에게 '이런 건 이제는 좀 제대로 해야 될 때 아니냐?'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그는 대체 뭘 잘못 먹을 걸까? 함께 먹은 점심밥을 돌이켜본다.
개인주의라 말하면서 이기주의로 행동한다
지난 '휘둘리는 새끼' 편에서 피드백 문화가 사라지고 있음을 언급한 적 있다. 나는 광고대행사에 수년을 머물면서 피드백을 기준으로 점차 개인주의로 변화하는 직장 문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안 주면서 본인 역할을 다 하면 상관없지만, 결국은 본인 편할라고 남에게 무관심한 것 아닌가? 개인주의는 무슨! 좀 솔직해지자.
특정 무리 속에 어울려 대화를 해보면, 공감 아래 모여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자신을 스스로 포장하거나 혹은 옆에 있는 사람이 포장해주기 때문에 미친놈은 없어 보인다. 근데 이상하다? 어느 무리에나 미친놈은 있기 마련인데..(아, 미친놈이 없다는 건 내가 미친놈인 건가?) 그러나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바둑 훈수 두듯 3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문제를 가진 사람이 누군지 명확하게 보인다. 이는 연차와 직급에 상관없는 사람의 됨됨이 문제다.
대학원까지 졸업해 직장생활이 늦어진 A는, 늦은 만큼 빨리 배우고 싶었었고, 나에게 강도가 높아도 좋으니 빡쌔게 일을 시켜달라고 했다. 그러나 A는 자신에게 잡스러운 일을 시킨다고 다른 동료에게 나를 폄하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일을 거절했으며, 심지어 술자리에서 영화 타짜의 김혜수로 빙의하기까지 이르는데,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이라며 하극상을 하였다. 당시 A의 셀장으로 있던 나는 대학원까지 나왔다는 A의 말이 상당히 거슬렸다. 나는 배운 놈이니까 잡스러운 건 안 해도 되니 빨리 높은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가르쳐 달라는 것으로 들렸고, 예상은 맞았다. 광고대행사에서 스펙은 한낱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며 남들과 차별대우는 있으면 안 되기에 똑같은 사원 대우를 해주었고, 똑같은 일을 배분해주었지만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래. 기존 일이 정말로 바쁘다거나 그가 내 생각과 다르게 허우적 된다면 다른 일을 못할 수 있다. 근데 셀장으로써 바쁘게 돌아가는 이 상황에 A의 손이 놀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저런다면, 그 일은 누구한테 갈까?... 일에는 역할이 있다. 만약 당신의 상사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당신에게 소위 잡스럽지만 고된 일을 시킨다는 건 2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이 일에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니 충실히 익히라는 것이고, 둘은 그 일을 당신이 해줘야 상사는 자신의 위치이기에 할 수 있고 당신의 위치에선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그 회사에 고인물이 된 B. 처음에는 부사수가 들어오면 업무 내외적으로 이것저것 신경 써주었지만, 키워 놓으면 나가버리니 더 이상 새로운 친구를 가르칠 마음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새로 들어온 친구들은 배운 것 없이 눈치로 일을 해나가며, 왜 혼나는지 모르겠는 일에 혼이 나고, 일에 책임감과 재미를 상실한다. 이건 상사로써, 그리고 그 위치의 책임과 역할을 가진 자로써 스스로 그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제야 좀 손발이 맞다 싶었는데 나가버리면 아쉽긴 하지만, 이건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생각이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면 또 열심히 가르쳐줘야 하는 것이 상사로써, 선배로써, 책임자로써 역할이 아닌가. 그 사람이 나가고 자시고는 당신과 관계가 없다. 그 정도의 위치에 있다면 이제는 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공사 구분 좀 하자.
수고스러운 게 귀찮아서 1년도 채 되지 않은 직원에게 대용량으로 메일 보내달라고 하여 복붙으로 광고주에게 메일 보내는 상사, 가르쳐 달라면서 먼저 다가가면 싫어하고 본인 필요할 때만 사수 찾는 부사수, 윗사람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팀원 이야기 안 듣다가 안일한 판단으로 전체 야근 폭탄을 맞게 하는 팀장,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데드라인 가지고 의미 없이 힘싸움하는 기획팀과 제작팀. 그 안일함들이 개인주의 속에서 이기주의를 꽃피운다.
정말 편하고 싶다면, 책임지고 직접
비딩 지옥에 빠져있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밤 옥상에서 담뱃불을 붙였다. 강남의 화려한 불빛 때문일까, 보이지 않는 별들을 찾겠다고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은 구체적인 언어로 되어 입 밖으로 나왔다. "후.. 카피님, 언제쯤 끝날까요? 좀 쉬고 싶네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마음의 소리에 카피님은 같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답했다. "쉬고 싶어? 그럼 끝내는 수밖에 없어. 들어가서 얼른 일을 끝내던지, 이 일을 끝내던지..."
퇴사하는 것보다 극한의 자유는 없겠지만 우린 돈을 벌어야 하기에, 정말 편하고 싶다면 그 일을 직접 마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업무를 분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거기에 불순한 악감정이 섞여 있다 한들, 일단은 그 일을 받아들이고 끝내자. 끝낸 사람에겐 그 머나먼 이후에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자격과 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바쁘다는 핑계로 순간 편하기 위해 일을 내쳤는가? 그 일은 당신이 놀고 있을 때를 노려 두세 배로 돌아올 것이다. 신규 직원을 가르치는 것이 지쳤는가? 그 직원은 일에 책임과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퇴사할 것이며, 심지어 당신의 뒷담까지 하며 나갈 것이다. 내리지 못한 그 일은 온전히 전부 당신이 하게 될 것이고, 본인은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해도 주변 평가는 나빠질 것이다. 당신만이 개인주의라 말하면서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그 이기적임은 용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에서 나왔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당신 눈치를 볼 이유는 없다. 이기적인 생각은 이기적인 답변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