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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Jan 11. 2021

매출은 어디에?

광고기획자의 회의감 : ⑥ 수수료 싸움

예쁜 쓰레기라도 나에게 가치가 있다면 구매하는 시대.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브랜드가 소비자를 기만한다면 외면하는 시대. 좋은 제품은 좋은 브랜드에서. 이제는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구매합니다. 소비자의 페인포인트를 찾아 제품을 개선하고 브랜드의 철학으로 녹여냅니다.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되는 콘텐츠는 매력적이어야 하며 타겟 분석은 더욱 정밀해야 합니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병맛스럽게. 모든 콘텐츠엔 전략과 그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 봤자 뭐합니까. 오늘은 심장을 갉아먹는 광고주 이야기입니다.


벼룩의 간을 처먹네

제안 요청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매체비입니다. 억 단위는 기본으로 넘어가며 광고대행사는 매체비를 통해 매체에서 수수료를 먹고사는 구조입니다. 이 수수료는 매체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평균 20% 정도입니다. 1억을 매체비로 쓴다면 광고주를 물어온 값으로 매체에서 2천만원을 받게 됩니다.


광고주들도 이 사실에 대해 무지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광고대행사의 수수료를 건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모든 광고주가 그렇지는 않지만 제안 요청 심사기준에서 대놓고 가격점수를 매기는 곳도 있으며, 심사기준에는 없지만 비공식적으로 뒤에서 광고대행사들을 재보며 수수료를 가장 적게 가져가는 광고대행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광고대행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건비도 안 나오는 광고주를 상대로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죠.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나으니까요. 그래도 매출은 발생되며 레퍼런스가 쌓이니 말이죠.


기분이 매우 나빠

광고대행사 사람들도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자본주의 노예들입니다. 열정 페이를 희망하는 광고주를 상대로 과연 진심 어린 마음으로 기획을 하고 제작을 할까요? 광고주가 수수료로 잔머리를 굴리듯이 광고대행사도 다른 업무에서 돈을 챙겨 어떻게든 수익을 더 내려고 하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비즈니스 관계입니다. 수익 발생이 안 되는 광고주는 대충 일하게 되고 빨리 계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모든 건 상대적인 것이니 더 나은 광고주에게 주님을 외치며 더욱 집중하게 되죠. 악순환을 자처하는 꼴입니다.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회의감이 듭니다. 이 브랜드의 가치를 위해서 잠 못 자가며 열심히 준비했는데 고작 수수료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는 꼴이라뇨. 수주를 해도 기분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팩트를 조사하고 인사이트를 수십 개 분석하며 아이디어에 논리를 세우고 메시지를 뽑아내고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고작 수수료로 선택이 갈린다? 그럴 거면 제안을 받지 마시고 전화로 '거기 수수료 몇?' 물어보는 게 서로에게 시간을 버는 일 아닐까요? 아니면 직접 하시는 게 어떠실까요? 대충 이미지 하나 만들고 동영상 하나 만들어서 매체에 연락해 부탁만 하면 되는데. 광고대행사에게 주는 수수료도 아끼고.


심사기준 좀 바꿔요

광고대행사 사람들의 능력은 상당합니다. 언제든 좋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능력자들이 모인 집단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어쩌면 광고주보다 더 브랜드를 생각합니다. 우리에겐 그것이 전부이니까요. 좋은 제품은 마케팅이 필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콘텐츠는 광고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절대적일 수는 없지만 좋은 콘텐츠로 광고 비용을 아끼고 레퍼런스를 남기는 현명한 선택을 하겠습니다. 수수료로 의욕을 깎지 말아 주세요. 좋은 사례는 좋은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오장육부가 다 썩었는데 외형이 좋아 보일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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