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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Feb 22. 2022

긍정? 그거 자기 합리화야

저는 이렇게 일해요 #1 부정적 사고

"낙천의 탈을 쓴 긍정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부정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기대와 다른 낙담스러운 미래를 대비합니다." 포트폴리오를 열면 가장 처음 마주하는 나의 정체성을 담은 글이다.


사람들은 남에게도 자신에게도 긍정을 강요한다. 그리고 다소 부정을 배척한다. 선은 선이고 악은 악이니 긍정은 좋은 것이고 부정은 나쁜 것이라며 고정관념으로 이분화한다.


하지만 긍정과 부정은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닌 사고의 영역이다. 사고는 주체와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 마련이며 그렇기에 부정은 오히려 긍정의 효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 반대로 긍정은 부정의 역할이 되기도 한다.


긍정은 상황 모면의 처세술이 아니다

우리는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평소에 긍정적으로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긍정적인 사고는 그 자체만으로 모멘텀이 되며 삶에 에너지를 준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약도 과다복용을 하면 건강을 해치는 법. 잘못된 긍정은 성장을 멈추게 한다.


회사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어느 상황에 이 말을 하는가를 보면 지나간 일에 손 쓸 방법이 없을 때이다. 정확히는 이제 자신의 손을 떠나서 책임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무언가 더 하면 낭비라고 생각할 때이다. 여기에 '어쩔 수 없지 뭐'라는 화룡점정이 붙는다.


기나긴 고생 끝에 경쟁 PT에서 떨어졌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어쩔 수 없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는 생각 자체를 닫아버린다. 아니,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자면서 생각을 닫는다고? 이게 무슨 개뼉다구 같은 소리인가. 왜 떨어졌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잘못을 인정하며 배우고 나서야 다음을 기약하는 것. 그것이 올바른 긍정적인 생각이 아닐까? 사전 풀이대로 그냥 인정만 하면 그것이 긍정적인 생각이 되느냐 말이다.


자기 멘탈만을 위해 책임 없이 지나간 일은 뒤로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긍정을 언급하는 자들. 그것은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낙천적'이며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만 바라보며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는 처세술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 긍정은 긍정이 아니라 생각한다. 긍정이란 좋은 녀석을 상황 모면을 위해 쓰지 말자.


부정은 옳은 길로 인도한다

매사에 언행이 부정적이고 그러한 삶을 사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무언가 일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부정적 사고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모든 일에는 목적이 있고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예산·시기·인사이트·효율성·사람 등 변수로 인해서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실무진과 관리진 사이의 생각 차이도 있고 클라이언트와도 간극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 잘 모르는 3자의 개입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일이 진행될수록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해야 하는데 산으로 가는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볼 것인가? 아니면 키를 돌려 바다로 나가게 할 것인가?


신제품을 알리는 TV광고를 하기로 했고 가져간 크리에이티브에 모두가 동의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3자가 개입해서 홈페이지 기업 소개란에 있을법한 진부한 이야기를 넣어달라고 한다. 15초란 짧은 시간에 그것을 넣기에는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결국 전달하고자 하는 신제품에 대한 메시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정적인 사고가 필요한 순간이다. 목적성을 해치면서 무엇하나 제대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는데 왜 그래야 하는가? 설득을 통해 다시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


분명 좋은 길이 있음에도 옳지 못한 길로 가고자 할 때 그것에 대해 부정하는 것. 그것이 옳은 길로 인도하는 부정적 사고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어쩔 수 없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로 치부해버리고 클라이언트가 혹은 상사가 그렇게 하자고 했으니 따라가는 것은 결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다. 당장 책임을 전가시킬 수 있지만 한 배를 탄 동료들이니 누군가 결과로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하다. 결국 그것은 나약한 대행사와 같은 을, 그러한 사람들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가령 연봉협상과 같은 인사고과가 있다고 하자. 하라는 대로 해서 망해버린 프로젝트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을 당당하게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도 없지 않은가. 하자는 대로 하지 말고 그것을 부정하고 좋은 길로 인도해라. 다 나를 위한 보상으로 돌아온다.


부정은 상황을 대처할 플랜을 만든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잘 되겠지' 생각하며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말고 '이렇게 해서 잘 안되면 어떡하지?' 라며 비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보자. 그리고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 선택의 순간에 부정적인 사고를 가져보자. 부정은 앞서 다가올 위기와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플랜을 만든다.


모두가 이야기하고 있는 플랜이 아닌 나만의 플랜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은 남과 다른 고유 무기가 된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엔 정답만이 아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플랜A는 그대로 두고 나만의 생각으로 플랜A와 다른 그것을 부정하는 시각에서 플랜B를 준비해보자. 신뢰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때가 아닌 남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이야기할 때, 그리고 옳은 길에 대한 제시를 할 때 생기더라. 항상 물음표를 지니고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선택의 기로에서 부정적 사고를 지녀보자. 나에겐 부정이 긍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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