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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Mar 16. 2022

일을 너무 일찍 시작했어

프롤로그

가장 잘한 일이면서 가장 후회한 일. 매 순간 느끼는 부당함 또는 피해의식. 어쩌면 과민반응. 22살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한 어리버리가 이젠 사회생활 11년 차를 맞이했고 모 광고회사 팀장으로 살아간다.


일찍 시작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당시 내 역량으로는 절대 한 번에 네임드 회사에 갈 수 없었기에 단계적인 점프업이 필요했다는 것과 향후 10년을 바라봤을 때 젊은 리더의 모습이었으면 했다는 것이다.


외적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비교적 남보다 이른 나이에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직도 ing 중이다. 하지만 세상은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강조하는 '등가교환'처럼 거래를 요구한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기를 바란다. 나는 무엇을 잃었을까.


하나, 관계

장유유서. 의심의 여지없이 서열을 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인 나이. 사회엔 아무리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위선일 뿐. 나이를 드러내는 순간 미세하게 움직이는 표정 변화를 감출 수 없다.


보통은 나이와 어울리는 사회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매치되지 않는다. 위치를 생각하자니 어리고, 깔보자니 위치가 있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이며 누군가에겐 얕잡아 볼 수 있는 상대다.


집단주의 성격을 띠는 사회에서 나이로 인해 온전하게 그 그룹에 속할 수 없는 사람. 그 어디에도 낄 수 없는 겉 돔이 있다.


둘, 성격

사람을 좋아하고 장난을 많이 치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좋아하는 성격. 하지만 나를 드러낼 때마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무기가 쥐어준 셈이 되었다. 나이도 약점으로 작용하는데 성격까지 약점이 되어버린 것. 나를 방어하기 위해서 누구도 쉽게 나를 상대하지 못하도록 인위적인 말투와 행동, 태도를 둘렀다.


이젠 무엇이 본래의 나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친구들을 만나 예전 같지 않다, 변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착잡할 뿐. 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가기엔 뭐가 나였는지 잘 모르겠다.


셋, 부정적 비관적

일을 일찍 시작한 덕분에(?) 자기방어 기질이 생겼다. 겉으로는 저렇게 이야기 하지만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 일이든 사람이든 그대로 믿지 않고 혹시 모를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긍정적인 마인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여유.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다. 속을 갉아먹고 사는 부정적인 마인드와 비관적인 태도가 오히려 좋다.



잘난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고 못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의 상황은 보통의 경우는 아니다. 어딘가 삐죽 튀어나와 있으면 걸리적거리기 마련. 내가 선택한 삶이니 그저 굳건하게 앞으로 가면 된다.


그래도 후회는 남는다. 그래서 매번 곱씹게 되는 말. 평범하게 시작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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