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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Sep 20. 2022

Z세대의 통찰력

대학생 광고 멘토링 #2

글보다 영상이 편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줄임말을 쓰며 긴 글과 대화는 배척하는 Z세대를 바라보는 걱정과 비판 섞인 말. '헤드라인 세대', '문해력이 떨어지는 세대'라고 한다. 문해력은 사전적 의미로 글과 출판물을 사용하여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사소통,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즉, 대상에 대한 '통찰력'의 수준이다.


통찰력은 답을 내기 위한 과정으로 머리로 이해하며 가슴으로 공감하고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지만 그 대상과 싱크를 맞출 수 있다.


광고는 통찰력을 기반으로 한다. 여러 주변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이 이루어져야 맹점과 핵심이 파악되고 정량과 정성의 논리가 바로 서며 그것은 하나의 방향이 되어 클라이언트가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다. 일반인은 결과물로 마주치지만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 이해와 납득의 과정이 존재하기에 통찰력은 광고인에게 필수 스킬 중 하나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상은 통찰력이란 인고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정보가 쏟아지다 보니 어떠한 형태로든 큐레이팅을 해주는 세상이며 사람들은 더 짧고 더 간결한 요약을 원한다. 게다가 자극적이기까지 한다. 개개인은 답보다 사고, 이해, 생각을 강조하지만 세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


Z세대란 정의로 그들을 부르며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 단정 짓고 마치 그렇게 사는 것이 요즘 것들의 삶인 마냥 답을 제시하는 세상에서 Z세대는 과연 어떤 통찰력을 겸비할 수 있을까?


대학생들에게 처음 과제를 내주었을 땐 나 역시 Z세대를 바라보는 기존의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참고할만한 레퍼런스를 보여주니 속 빈 개살구처럼 겉은 화려했으나 그 안에 내용물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답을 내기에 급급하고 과제를 이해하려는 통찰력이 비치지 않았다.


광고는 정답이 없다. 그 브랜드에 어울리는 해답만이 있을 뿐이다. 모두가 그럴싸한 해답을 제시하는데 선택을 받는 해답은 무엇일까? 바로 그 해답이 이해되고 납득이 되는 논리적인 흐름에 있다.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사건, 사고, 상황을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통찰력이다. 이 부분을 매번 강조했다.


어디까지 이해하고 과제를 다시금 바라보는 건 그들의 몫이었다. 따라서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 과제 발표에 다가갈수록 예상 밖으로 그들은 자극적인 답보다 인고의 시간을 버텨야 될 논리적인 흐름인 과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광고 제안서에는 형태는 다를 수 있으나 큰 틀이 있는데, 시장 상황부터 자사/타사의 비교와 장단점, 특징, 문제점, 소비자 인사이트 등 근거를 토대로 통찰력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해답이란 원기옥이 힘빨을 받는다.


그들이 해답을 달리 한 것도 아니다. 해답은 처음 답을 내기 급급했던 그때 그 컨셉 혹은 테마였지만, 앞서 논리와 흐름이 붙으니 매력적인 결과물이 되었다. 100%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으나 중요한 포인트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대학생들에게 '그럼 그렇지'하며 별 기대가 없던 내게도 Z세대를 바라보는 긍정적 사고를 하게 해 준 작은 터닝포인트였다. 갑자기 180도 달라진 이틀의 태도는 과연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나름 생각해본 Z세대의 통찰력은 이러하다.


그들의 깊은 사고 수준은 그것을 '좋아하는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물론 누구든 좋아하는 것을 더 깊게 판다. 하지만 그들은 그 정도가 훨씬 기울어졌다고 해야 할까. 모른다고 어설프게 알 필요도 없고 남들이 알아야 한다고 해서 굳이 알 필요도 없으며 오로지 '내'가 중심이 되어 '내'가 원하는 것에 시간을 몰빵 투자한다. 그래서 그들의 입에서 트렌드라고 치부하는 것도 모두가 다 아는 메가급이 아닌 소수만이 아는 마이크로급의 트렌드로 그 분야에 대해선 전문가 뺨칠 정도로 잘 알고 있다.(놀고 먹고 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지만) 상대적으로 관심 없는 것엔 "아 들어봤어" 정도도 아닌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다.


광고 멘토링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광고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는 학생들이다. 모든 게 처음이라 모르기 때문에 어설픈 모습도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말 광고를 좋아하는 학생들인 점을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것보다 난해한 과정들의 이야기를 해도 그들의 눈동자는 썩은 동태눈이 아닌 열의가 느껴지는 초롱초롱한 눈빛이었다.


앞으로 Z세대를 뽑을 때 명확한 기준이 생겼다. 과연 정말 광고가 '좋아서' 지원했는가 하는 기준이다. 좋고 싫음을 잘 숨기지 못하는 그들의 눈빛과 언행에서 비치니 나름 명확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이전글 우연히 멘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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