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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Apr 01. 2023

쳐질수록 두렵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콘텐츠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직접 여행을 가지 않아도 기분을 낼 수 있고, 요리에 소질이 없어도 고급 레시피를 가지고 있고, 학원에 가지 않아도 일타 강사들이 집에 항시 대기하고 있다. 오늘날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세상을 보는 식견을 넓히기 위해 시간과 돈과 체력을 부단히 갈아 넣었어야 할 것이다.


같은 가치를 지닌 무언가를 거래하는 등가교환.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는 말이다. 모든 건 명암이 존재하기 마련. 신은 우리에게 누구든 방대한 정보를 활용하여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셨다면 그 방대한 정보 속에서 객관적인 나의 현 위치를 확인시켜 주는 불안과 두려움을 함께 주셨다.


콘텐츠로 인해 세상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건 비교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평생을 만날 일 없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며 컴컴한 우물 밖을 벗어나 내가 용이었는지 뱀이었는지 확인사살해 준다. 99%는 뱀일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그들의 능력들을 볼수록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현실을 깨닫는다. 물론 신경 끄고 내갈길 가도 된다. 삶의 지장도 없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오직 나를 중심으로 나의 생각과 판단하에 묵묵히 나의 길을 갔었는데 현 위치를 확인시켜 주는 불안과 두려움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렸다. 바로 챗GPT와 AI그림이다.


가까이서 보면 빠르게 흘러가지만 멀리서 보면 크게 달라진 것 없는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세상.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을 묵묵히 견고하게 만들면 될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둘은  내 세상에 지각변동을 주었다. 마치 스마트폰이 처음 보급되는 시기에 느꼈던 감정과 같았다. "세상이 한번 더 변하는구나" 환골탈태.


오랜만에 느껴보는 묘한 자극이었다. 나의 사고와 신념이 한순간 무너진 것 같았고 지금 내가 얼마나 구시대적 발상을 하고 있었는지 확인사살까지 시켜줬다. 역량은 더 이상 깊이만이 아니라 더 깊게 파기 위한 넓이의 확장과 적합한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도 역시 뱀이었다.


큰 자극은 항상 행동을 유발한다. 최근엔 장난스럽게 부업이라고 말하지만 본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툴을 배우고 있다. 하루도 안 빼먹고 못해도 30분은 하려고 한다. '뒤쳐지면 죽는다'라는 말처럼 앞으로 나아가려면 새로운 것에 항상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기 위한 방법은 시대마다 해답이 다르다는 유연성도 겸비해야 한다.


풍요로운 콘텐츠 속에서 나의 현 위치를 확인했다면 그들의 역량을 부러워하면서도(부러운 건 부러운 거니까) 그들처럼 되기 위해 트라이해 보시라. 오늘날 신은 우리에게 방대한 정보를 활용할 권한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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