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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May 28. 2023

경제가 힘들면 광고회사도 죽어난다.

이래도 광고할 거야?

코로나가 끝나니 체감상 유례없는 소비자 물가 상승과 기본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공과금 상승으로 인해 지갑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는 곧 기업의 매출저하로 이어져 그들의 마케팅비로 먹고사는 광고산업이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나 또한 10년 넘게 광고 일을 해오면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형태의 보릿고개를 맞이 중이다.


남의 돈으로 기생하는 광고회사는 광고주가 수도꼭지를 잠가버리면 그것을 열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 위험성이 큰 시장이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10명 중 7명이 사업을 희망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도꼭지 개수가 많다는 것이겠다. 하지만 그 수도꼭지 중에서 물이 콸콸 나오는 광고주가 몇 있으랴.


광고시장은 예로부터 힘들수록 흔히 업계에서 메이저라 불리는 곳으로 일감이 몰렸었다. 반대로 시장상황이 좋으면 신생 광고회사까지 기회가 주어져 신흥강자들이 탄생하곤 한다.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시장 상황이 좋아서 일감이 많으면 메이저 광고회사들은 광고주 예산이 특정 금액 이상이 아닌 이상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콧대 높은 메이저 광고회사들도 일감이 없어 자잘한 판에도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달라붙고 있다. 어떤 건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 업무량 대비 매출을 따졌을 때 가장 효율이 좋은 건 TV광고 중심의 ATL이다. 메이저 광고회사의 주 먹거리 중에 하나이며 자잘하게 할 것이 많아 효율이 좋지 못하단 이유로 디지털은 외주를 주거나 관련 부서를 따로 두어 넘기기 일쑤다. 그런 그들이 그들 입장에서 돈도 얼마 되지 않고 자잘하게 할 것이 많아 하찮게 여겼던 비딩에 들어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


1년 2~30억 판에 메이저를 중심으로 10곳이 넘는 광고회사가 비딩에 참여하고 있고, 웰메이드를 지향했던 어느 광고회사는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수년간 쌓아온 정체성까지 버린다. 특정 시기 한두 달에 비딩이 50개가 열렸다면 현재는 반토막도 안 되는 수준이다. 광고회사를 비롯해 랩사, 방송사, 덕션 등 해당 산업을 둘러싼 모두가 곡소리를 내고 있다. 산업이 정체되다 보니 최하위 먹이사슬에 있는 피고용인들은 그나마 일감이 있는 더 나은 회사로 이직을 하려고 하지만 실상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회사 입장에선 T.O를 늘리기가 부담스럽다. 사람이 많으나 사람이 없는 기괴한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2~30억이면 ATL 기준으로 3개월 프로젝트다. 따라서 메이저 광고회사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저 판에 잘 끼어들지 않는다.

*한 비딩에 참여하는 회사는 5군데 정도다. 10곳이 넘게 참여했다는 것은 광고주가 미쳤거나 광고회사들이 미쳤다는 것이다.


이럴 때 꼭 지각변동이 일어나는데, 생존을 위해 어느 광고회사는 커머스 산업에 뛰어들고 어느 광고회사는 전력보충을 위해 인수합병을 시도하여 경쟁력을 갖추려고 한다. 아주 딱 명분을 만들기 좋은 시기 아닌가.


시장이 안 좋으면 노출되는 광고도 달라진다. 대기업 위주의 광고만 보인다. 사치품이나 취미 관련 광고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남는 구좌를 메꾸려고 정부 광고가 늘어난다. 술 광고가 늘어난다. 구독서비스 등 비용을 아껴주는 광고가 늘어난다. 집 안에서 쓸 수 있는 제품 광고가 늘어난다. 특히 포털사이트의 경우 꽤 괜찮은 시간대의 메인 영역 광고인데도 광고주가 없어 자사 서비스를 채워놓곤 한다. 특히 스포츠처럼 시즌이나 특별 구성된 스트리밍 광고인 경우 자사 서비스 광고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광고는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수단이자 기업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이기 때문에 침체는 있을 수 있어도 사라질 산업은 아니다. 다만 이 힘든 상황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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