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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Jun 11. 2023

광고회사는 의외로 꽉 막혔다.

이래도 광고할 거야?

하나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밤낮을 설친다. 아이디어 하나 내보자고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최근 나 같은 경우 이 과정에서 안면마비가 왔다) 정답이 없는 걸 알면서 모두가 납득할 답을 찾는다. 사실 모두가 납득하는 것도 없다. 수많은 회의 속에 서로의 아이디어가 오간다. 의견이 충돌한다. 빛을 보지 못한 아이디어들이 쓰레기통에서 역류한다.


와닿지 않다는 한마디부터 이해하려 시도조차 안 했기에 개 짖는 소리로 들렸을 것까지 어처구니없는 이유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디벨롭해 보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를 시전 하며 대다수가 좋다고 한 아이디어가 나와도 사실은 자신의 아이디어만 디벨롭하고 싶었던 이기심. 남의 것은 인정하지 못하는 꼬락서니. 회의실이 곧 정치판이다.


누구는 우리 회사 색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누구는 점쟁이가 되어 광고주가 싫어할 것이란 이유로 좋은 아이디어를 살리지 못한다. 예산이 오버된다는 이유, 시즌과 맞지 않다는 이유, 소비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 문화적 차이의 이유, 세대 차이의 이유, 목적과 맞지 않다는 이유 등 온갖 이유란 이유는 다 내놓지만 해봄직한 이유는 찾지 않고 오직 하기 싫은 이유만을 찾는다. 그러면서 결국 선택되는 아이디어는 딱히 이유 없이 선택이 된다. 그래서 정말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지쳤을 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제시하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소비자는 정작 이런 것 하나하나 신경 쓰지도 않는다. 누굴 위한 광고를 만드는 걸까.


크리에이티브한 조직하면 떠오르는 광고회사가 왜 이러냐고? 첫째는 크리에이티브하기 때문이다. 정답 없는 사고의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서로가 무한하게 치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불온전한 욕심이 시작되면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둘째는 광고주의 돈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기 일 하는 사람들도 소비자와 시장의 눈치를 보는데 광고회사는 광고주의 사정까지 눈치를 봐야 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소비자와 시장이란 불특정을 상대하는 것뿐 아니라 광고주란 특정할 수 있는 사람까지 있으니 그 사람들의 성향까지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광고회사가 생각보다 꽉 막힌 하수구처럼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광고회사는 내부 관계자부터 광고주를 넘어 소비자와 시장을 우리의 편으로 납득시키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당신의 크리에이티브가 빛을 발하기 위해 꼭 필요한 건 따로 있다. 이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현상만을 욕하고 있을 뿐이라면 안 그래도 사람과 사람이 부때끼는 광고회사에서 꽉 막힌 답답함을 해결할 수 없다.


코디미언에게 웃겨보라 하면 웃길 수 없다. 그가 안 웃긴 것이 아니라 당신이 웃을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회의장은 멍석이며 사람들은 지적할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그들을 납득시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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