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고>

내 인생에도 태풍이 한 번 지나가면 좋겠다

by 글쓰는 백구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후 두 번째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봤다. 이 감독의 영화는 마치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처럼 가족의 관계에 대해 날카롭게 꼬집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가족이 된다는 것은 단순하게 혈연이 아니라 함께 보낸 시간과 서로에게 쏟는 애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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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에서는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주인공 료타는 실패한 소설가로 흥신소에서 일하며 도박을 즐긴다. 이혼했지만, 여전히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료타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새 아버지처럼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릴 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료타는 '지방공무원'이라고 대답했다. 싫어하는 아버지와 반대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태풍이 불어닥친 날, 비를 뚫고 료타는 아들과 함께 놀이터에 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초등학교 야구선수인 아들에게 료타는 질문한다. '너는 뭐가 되고 싶어?' 아들은 대답한다. '공무원' 료타는 아들의 마음을 알아챘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아들도 자신처럼 아버지를 닮고 싶지않아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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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JTBC 뉴스룸에 나와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쓸 때 첫 장에 썼던 문장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이 영화의 주제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실제 감독이 9살 때부터 28살까지 살았던 아파트 단지에서 촬영했고,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실패한 것은 아니야'라고.


이 영화를 보면서 수 만 가지 생각을 했다. 나는 아버지의 어떤 점이 싫고 어떤 점이 좋은가.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가. 아버지의 단점을 나도 갖고 있는가. 있다면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고민에서 기준이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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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나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봤다. 가족의 소통과 단절을 대사와 장면 구성을 통해 잘 표현한 좋은 영화다. 이 영화에 대한 얘기로 또 한 포스트 쓸 예정이다.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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